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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주주인 것처럼 허위 주주명부 만들어 세금 안내고 735억 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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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주주인 것처럼 허위 주주명부 만들어 세금 안내고 735억 증여

입력
2011.07.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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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A업체 사주 B씨는 2008년 허위 주주명부를 만들었다. 계열사 임원 명의로 차명 관리해 오던 주식을 마치 20년 전부터 실제 소유주가 아들이었던 것처럼 조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B씨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아들에게 증여한 주식은 시가로 735억원 어치에 달했다. 최근 이를 적발한 국세청은 B씨에게 증여세 62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국세청이 대기업 및 고액자산가들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창업 2세대에서 3세대로 빠르게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면서 편법적인 부의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현동 국세청장이 이례적으로 전국 지방청의 조사국장들을 불러 모아 하반기에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 차단할 것을 주문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국세청의 칼끝이 대기업을 정조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변칙 대물림 백태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에 부당 증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 혐의가 있는 기업체 사주와 차명재산 보유 혐의 고액자산가 등 204명을 조사해 총 4,595억원을 추징했다고 12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유명 제조업체 사주 C씨는 본인이 소유 주식을 회사 임원 등에게 명의신탁하고, 이 중 일부를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수백억원 낮은 가격에 양도했다. 또 명의신탁 주식의 배당금을 받아서 자금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묻지마 채권'을 구입한 뒤 그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차명으로 취득했다. 국세청은 C씨에게 증여세, 법인세 등 총 970억원을 추징했다.

공인회계사 D씨는 2007년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50억원을 증여하고도 아들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한 것처럼 위장했다. 지난해 D씨가 사망하자, 아들은 이 회사가 결손 상태인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상속세를 탈루했다. D씨는 또 2008년 아내에게 80억원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기도 했다.

중견 제조업체 사주 E씨는 임직원들 명의로 금융재산을 분할 관리하다 적발됐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자금 190억원을 임직원 20명의 이름을 빌려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펀드 등에 운용해오다 증여세 90억원이 추징됐다.

대기업 정조준

하반기에는 국세청의 칼끝이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이 청장은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전국의 조사국장 40여명을 불러모아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국세청이 공개적으로 조사국장 회의를 개최한 것은 전례가 없다. 최근 조사국 간부들의 대대적인 인사에 이어 조직 기강을 바로잡는 동시에, 엄정한 세정 집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 청장이 주문한 하반기 세무조사 역점 추진 방향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적극 차단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 ▦역외탈세 근절 등이다. 그는 특히 "대재산가의 편법, 탈법을 통한 부의 세습은 일반 국민들에게 큰 박탈감은 물론 해당 기업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며 "세금 없는 부의 세습에 대한 엄정한 과세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향후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하도급업체를 통한 탈세, 사주일가의 기업자금 불법 유출 혐의 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국세청도 대기업을 향한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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