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적인 것과 세계화 '두 토끼' 앞에 선 오페라
"작곡가, 대본 작가, 제작자의 세 주체가 긴밀하게 협동하는 체제의 구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 시대 우리 문화를 아우르는 우리만의 극 음악, 바로 우리가 창작 오페라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작곡가 강준일씨의 발제는 우리가 왜 오페라라는 덩치 큰 아날로그 종합 예술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밝혀 주었다.
1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2011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심포지엄'의 열기는 정책 토론장이 무색했다. 지난해에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주최한 이 자리는 '우리 오페라'를 키워드로 정해 한결 뜨겁고도 실제적인 논의가 오갔다. '민족적 자긍'이란 자못 심장한 용어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서양 오페라를 답습한다면 아시아의 오페라 극장은 서양 오페라단의 좋은 시장일 뿐이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의 발언은 우리 오페라의 세계화라는 화두를 받아 든 한국의 오페라 제작 주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밝혔다. 올해 10회를 맞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아시아권에서 국제 오페라 축제를 가장 먼저 개최했다는 자부심을 지키고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 지역의 큰 무대 또한 세계화를 재촉하는 징후다.
우리 오페라는 지금 고무돼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항저우극원에서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던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라 트라비아타', 지난 4월 아시아 오페라 사상 최초의 관련 경비 일체 제공이라는 조건으로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을 달궜던 대구시립오페라단의 '나비 부인', 내년 터키 아스펜도스 국제오페라 & 발레 페스티벌의 초청 등은 우리 오페라의 세계화가 먼 미래가 아닌 코앞의 과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종합 페스티벌, 야외 페스티벌, 극장 페스티벌, 특화된 주제의 페스티벌 등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씨가 제시한 유럽 오페라 페스티벌의 사례가 이제 우리 일이 됐다. 김학민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의 말은 이를테면 현실적인 선택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하는 오페라에 한국적 정서가 담겨야 한다는 것은 오페라 축제는 물론 오페라의 미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민이다."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국제 오페라 축제와 가장 한국적인 오페라의 생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aje@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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