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연극 시작 한 번 독특하다. 편안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무대 오른편에 자리한 여배우는 공연 시작 안내에 이어 "다 마친 가을 외진 데 너른 땅 언덕은 딱 한 쌍 능(陵)인 듯 경외한 모양새…"라는 극본의 지문을 큰 소리로 읽어 나간다.
6~8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진행한 연극 '풍찬노숙' 의 무료 낭독 공연 이야기다. 출연 배우들은 연출가 김재엽씨와 극작가 김지훈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오른손에 대본을 들고 무대에 섰고 특정 장면에선 다 같이 책장을 넘겼다.
연극ㆍ뮤지컬계가 안정적인 사전 제작 시스템, 프리 프러덕션(pre-production)의 중요성에 눈뜨고 있다. 장기 프로젝트로 작품의 제작 기간을 충분히 갖는 것은 물론 제작 과정을 일반 관객에 공개해 작품 수정에 적극 반영한다.
'풍찬노숙' 낭독 공연은 무대장치를 최소화한 독회(讀會)에서 좀 더 나간 형식이었다. 배우들의 동선 연습까지 이뤄진 워크숍 수준으로, 극단 관계자들뿐 아니라 남산예술센터 회원을 대상으로 일반에 개방했다는 점에서 극단들이 진행해 온 기존 워크숍과는 차별성을 띠었다.
프리 프러덕션의 활성화는 자연히 관객에게는 무료 또는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남산예술센터는 안정적 제작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작년 9월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활동비와 집필 공간을 지원하는 상주예술가제도를 도입했다. '풍찬노숙'에 이어 또 다른 상주예술가인 극작가 동이향씨의 '잊혀진 부대' 낭독 공연이 13~15일에 예정돼 있다.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www.nsartscenter.or.kr)를 통해 예약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공연 후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뮤지컬계의 사전 제작 시스템은 CJ문화재단 신작 개발 지원 프로그램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가 대표적이다. 작품 개발비, 배우 캐스팅, 연습실 등을 지원하는 한편 역시 낭독 공연을 통해 일반 관객의 평가를 받도록 돕는다. 25, 26일 서울 창전동 CJ아지트에서 선보이는 '이채'의 관람 신청이 이미 마감됐을 정도로 관객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높다. 다음 낭독 공연은 8월 22, 23일 '헬로! 파인데이'로 'B급 인생'의 꿈과 희망을 그린다. (02)3272-2652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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