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 하남시환경사업소를 지하화해 보금자리주택의 하수와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업소 부지가 아파트단지들이 밀집된 현 하남시가지와 인접해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11일 하남시와 LH에 따르면 양측은 올해 4월 협약을 맺어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인 신장동 환경사업소 지하에 7만9,000㎡ 규모의 환경기초시설을 만들고,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시는 설계ㆍ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올해 9월 착공, 2013년 말부터 환경시설들을 순차적으로 준공할 계획이다. 환경사업소 지하에는 3만2,000㎥급 하수처리장 및 음식물자원화시설, 소각장, 압축장, 재활용선별시설, 적환장 등이 들어서고, 높이 100m 정도의 굴뚝도 한 개 세워질 예정이다. 사업비 약 2,700억원은 LH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사업비를 내는 것은 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하수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2009년 3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하남미사지구는 546만㎡ 부지에 수용인구가 9만4,000여명이 거주해 거의 신도시(330만㎡ 이상)급이지만 토지이용계획에는 소각장과 음식물 폐기물처리시설 부지가 없다. 하수처리장 부지는 반영됐어도 새로 짓는 환경시설로 하수처리가 일원화되면 지구계획이 변경돼 미사지구에서 하수처리장은 빠질 공산이 크다. 대부분의 신도시들이 인근 지역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 내에 이런 시설들을 갖추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시와 LH는 미사지구에 이어 3차 보금자리인 감일지구(168만㎡)와 4차인 감북지구(267만㎡)까지 3개 보금자리주택지구들의 생활폐기물을 통합처리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LH 관계자는 "시와 이해 관계가 맞아 지구 밖에 환경시설을 만들기로 했다"며 "사업비 2,700억원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미사는 물론이고 감일과 감북지구 하수와 생활폐기물까지 처리할 때 산출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이 술렁이고 있다. 시는 그 동안 자체 제작한 '하남뉴스' 등을 통해 '환경기초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LH가 사업비를 부담한다'고 알렸지만 미사ㆍ감일ㆍ감북지구 하수와 생활폐기물을 한데 모아 처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었다.
윤완채 전 경기도의원은 "시 한가운데서 보금자리주택들의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는 중요한 사안을 주민들에게 설명도 없이 추진하면 또 다른 민원에 부딪힐 것"이라며 "서울 강동구나 구리시의 소각장과 인접한 시 경계지점으로 옮기는 게 하남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향후 환경시설 운용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들도 하남시에 짓는 것인데 각각의 지구마다 환경시설을 세워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냄새 민원이 잦은 기존 사업소 현대화도 필요하다"며 "공청회 사안이 아니라 시설이 들어설 주변 아파트 동대표 및 유관기관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충분히 홍보했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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