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서민들의 수수료와 이자 수입만으로 엄청나게 배를 불리는 기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은행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으로 한 해에만 11조3,000억원을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1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두 은행이 최근 4년간 수수료 순이익만 6조원, 이자순이익(예대마진)으로 39조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최근 4년간 계좌이체 등 수수료로 벌어들인 순이익이 연평균 7,160억원, 이자순이익이 연평균 6조원이었다. 이를 국민은행의 평균 영업순이익(1조2,600억원)과 단순 비교하면 수수료 순이익은 절반을 넘었고(57%), 이자순이익은 영업순이익의 4.76배에 달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연평균 수수료 순이익과 이자순이익으로 각각 7,880억원과 3조9,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연평균 영업순이익 2조800억원에 비하면 수수료와 이자 수입이 엄청난 셈이다.
은행 영업순이익이란 이자와 수수료 순이익을 포함해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 ▦대출채권 평가 및 처분 ▦외환거래 ▦신탁업무운용 수익금 ▦배당금 ▦파생상품 운용수익 등 영업전반에 걸쳐 올린 이익 가운데 영업비용을 제외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수수료 및 이자순이익으로 6조7,160억원을 벌어들인 반면, 다른 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5조원을 훨씬 넘는다는 얘기다. 다른 영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서민들을 상대로 손쉽게 버는 수수료와 이자 수입으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 금융소비자연맹의 판단이다. 지난해 전국 13개 은행의 이자순이익은 26조8,619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2.6배 상승했고, 수수료 이익도 5조1,787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이처럼 가만히 앉아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했으면서도 최근 소액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등 서민과 중소기업의 주머니 털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의 500만원 미만 소액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1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연 7.06%를 기록했다. 또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6.03%로 1년 새 0.47%포인트 상승한 반면, 대기업 대출 금리는 5.35%로 0.1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조남희 연맹 사무총장은 "대형은행들이 서민의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고 수수료와 이자만으로 손쉽게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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