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의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 해병 현역ㆍ예비역 병사들과 머리를 맞댄다.
11일 군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은 18일 경기 김포시 해병2사단 소속 모 부대 강당에서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를 열고 강화도 해병대 총격사건의 대응책을 논의한다. 국방장관이 장교가 아닌 병사들과 토론회를 갖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번 토론회에는 해병 현역ㆍ예비역 병사와 각군에서 활동 중인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부사관과 장교 등 200여명이 참석한다. 당초 토론회를 경기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에서 열기로 했지만, 총격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해당 부대가 속한 해병2사단에서 개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토론회 계획을 12일 김 장관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군 안팎에서는 일단 김 장관의 적극적인 자세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 관리책임을 놓고 구속이다 징계다 말이 많지만 정작 해병대 최고 지휘부는 책임론에서 한 발 비껴있는 실정"이라며 "국면 전환을 위해서라도 장관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재 추진 중인 군 상부구조 개편의 경우 뒤늦게 예비역과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현역 병사를 토론회에 참석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많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예비역 병사들이야 그렇다 쳐도 현역들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병영생활의 부조리를 말하라는 것은 또 다른 가혹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군 당국은 현역 병사를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는 앞서 8일 사령관 주관으로 장교 500여명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따라서 불과 1주일 만에 장관이 같은 성격의 회의를 주관하는 것은 해병대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토론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김 장관 주관 토론회가 군심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 수사당국은 총격사건이 벌어진 해당 부대 소속 김모(21) 병장과 신모(23) 상병을 폭행 혐의로 이날 구속했다. 이들은 총격의 공범인 정모(20) 이병의 바지에 불을 붙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소초장(중위)과 상황부사관(하사), 주범인 김모(19) 상병을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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