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초중고생 사이에 책쓰기 열풍이 뜨겁다. '바쁜 학생이 무슨 책을 쓰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창작의 고통'을 자처했던 학생들은 "책 쓰기는 최고의 자기 계발법"이라며 만족하고 있다. 이 지역 초중고 학생 저자들이 써 정식 출간한 단행본은 지난해 10권, 올해 19권. 책쓰기 동아리는 575개, 참여 학생은 1만2,000여명이다.
이는 대구시교육청이 2009년 말부터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우수 학생저자 동아리에 활동비 100만원을 지원하고 지도교사 대상 세미나를 연 결과다. 우수 작품은 교육청이 선정해 직접 출판사와 연계해 출간했다. 이 사업은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 평가에서 주요 정책 과제 중 최우수 사례로 평가 받았다.
8일 올해 발간된 19권의 책 중 <예스, 셰프(yes, chef)ㆍ매일신문사 발행> 를 펴낸 상서여자정보고 호텔조리과 3학년 학생들을 만나 책 쓰기 과정과 요령을 들어 봤다. 이 책은 한식세계화라는 남다른 소재 덕분에 온라인 서점에서 대구 학생 저자들의 책 가운데 가장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예스,>
"영양학 수업, 조리 실습에만 익숙해져 있다 갑자기 긴 글을 쓰려니 막막해서, 국어 공부, 글 쓰기 훈련부터 시작했어요"정수연(18)양은 책 쓰기 과정이 험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처음 책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12명의 학생들이 의욕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문장력도 이야기 구성력도 모두 크게 부족했다. 책 쓰기 동아리 지도교사인 호텔조리과 김선화, 백경희, 이미남 교사는 방학 특별 훈련을 제안했다. ▦1분간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 ▦3분간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 ▦제시 단어 보고 연상되는 글 쓰기 ▦문장에 스토리 이어가기 등을 여름방학 동안 훈련했다. 다음 단계로 각자'한식 세계화'라는 주제 안에서 자신만의 조리법, 요리정보, 꿈 등을 적어 보기로 했다. 이미남 교사는 "세계에서 활동하겠다는 식으로 포부를 크게 잡고 자신의 꿈과 전공에 대한 글을 쓰면 미래를 더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고, 자료 수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매주 방과후에는 글쓰기 훈련과 서로의 주제 선정 및 이야기 구상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도 열었다.
훈련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 소설을 좋아하는 김현정(18)양은 약 3~4개월의 고민 끝에 약차(藥茶)를 소재로 한 소설을 완성했고, 이 과정에서 임상영양사라는 희망 진로도 찾았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해 전문 서적을 찾아 읽고, 차를 만드는 친척 분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교실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 차와 균형 잡힌 식단 등을 통해 환자 치료, 상담 등의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연양은 에세이를 썼다. 지난해 '제7회 특성화고교생 사장 되기(Be the CEOs)'창업대회에서 지식경제부장관상을 수상 했던 그는 한식 창업을 꿈꾸는 또래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풀어 나갔다. 동시에 자신이 개발한 오븐에 구운 전 '오뿐전'을 소개하며 장차 프렌차이즈를 만들고 싶은 희망도 구체화했다. 이렇게 12명의 학생이 쓴 글이 하나로 묶여 <예스, 셰프(yes, chef)> 가 탄생했다. 예스,>
이재석 교장은 "점차 스토리텔링을 잘하고 좋은 표현력을 가진 학생이 취업, 진학 등에서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고 타인을 공감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교내에서도 책 쓰기 활동을 더욱 권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간된 책은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에서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어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까 걱정했는데, 진솔한 제 얘기를 쓰니 반응이 좋았어요. 이 책은 향후 취업, 진학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거에요"라는 수연이의 눈이 빛났다.
대구=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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