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 치러지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수도권 출마를 넘어 영남 등 적진 출마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호남 물갈이론'과 결합해 텃밭을 내놓고 상대 정당의 텃밭에 나서는 '험지 출마론'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1일 "몇몇 의원들이 추가로 내년 총선에서 영남에 출마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영남 유일의 민주당 현역 의원인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이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서울 광진갑에서 재선을 했던 김영춘 최고위원이 부산 진구갑 출마 의사를 밝혔다.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으로 수도권 3선인 김부겸(경기 군포) 의원도 '당에서 요청한다면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또 전북 전주에서 4선을 했던 장영달 전 의원이 최근 경남 의령ㆍ함안ㆍ합천 출마를 선언했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정길 전 의원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영도구에 출마해 국회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과 맞대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인 송민순 의원과 전현희 의원도 고향인 영남권에서 출마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이날 "송 의원이 내년 총선 때 고향인 경남 마산에 출마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외교통이다. 부산 출신의 비례대표 초선인 전 의원도 수도권과 부산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과 전 의원은 이날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 관계자들은 "당 안팎에서 영남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런 당내 흐름은 전날 호남 출신의 김효석 의원이 전격적으로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것과 맞물려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큰 틀의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세대교체와 친서민 정책을 통해 수도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만큼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더욱 희생과 개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 및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영남으로 진출하는 연쇄 돌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야권통합을 위해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가 불가피하다는 정서가 많다는 점에서 텃밭인 호남 지역 의원들의 공천 교체 폭이 커질 공산이 크다.
장영달 전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전국정당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영남권 취약 지역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민주당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