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 사는 정순기(52)씨는 휠체어가 없으면 거동이 불가능하다. 20여년 전 기계작업 도중 손 절반이 갈라지는 사고를 당한 뒤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2002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외상 후 특정 부위에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신경병성 통증)으로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다. 갈수록 악화된 정씨는 지난 1월 창원의 한 병원에서 지체장애 1등급 진단을 받고 보건복지부 위탁으로 장애등급심사를 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판정심사센터에 장애 등급신청을 했다. 1등급 장애인에게만 제공되는 월 150만원 상당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등급 외'라는 판정. 장애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 2006년 지체장애 3등급 판정을 받았던 그로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이에 이의를 제기한 그에게 지난 5월 다시 내려진 재심사 결과는 장애 5등급. 그는 지난 4, 5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센터 앞에서 "5등급의 경우 손가락 2개 정도가 절단된 상태인데 나는 걷지도 못하는 중증 지체장애인"이라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씨는 "장애판정심사센터가 내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서류만 보고 내린 판정"이라며 "복지부가 장애인 등급판정을 까다롭게 해 그 결과 2007년부터 지금까지 등급 외로 떨어진 장애인만 1만2,000명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도 장애등급 판정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 때문인지 그의 대면심사 요청을 받아들여 복지전문가, 재활의학과 의사 등 5~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그의 장애 정도를 재심사키로 했다.
하지만 향후 재심사 결과가 여전히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설사 1등급 판정을 받는다 해도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을 받지도 못한다. 정씨가 앓고 있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지원대상을 규정한 복지부의 15개 장애 유형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장치(MRI) 등을 통한 의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질병이라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지는 안타깝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국내 희귀 난치성 질환 132가지 중 하나"라면서 "복지부의 장애등급판정이나 지원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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