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설립된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는 서울시와 연세대 민관학협력 기관으로, 대안교육과 창의활동,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저성장-고실업 시대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창의적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왔습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학교 밖 인문학 여행'은 창의적 활동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하자센터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 희망의 징후들을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승리만이 미덕인 사회.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 친구 동료 이웃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란 점점 더 어렵다. 우울증의 만연과 날로 심해지는 폭력 등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시대를 만들고 있다.
교육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친밀한 공간이어야 할 학교에서 서로 따돌리고 상처받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과열로 치닫는 경쟁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살벌한 사회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란 고민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숨막히는 세상에 사는 십대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은 <우리는 인문학교다: 고3이 아닌 열아홉살의 삶과 인문학 공부> (학이시습 발행)이다. 저자는 특별할 것 없는 남학생 세 명. 고3이었지만 입시공부 대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하고 진행한 이들은 1년 6개월여의 지난한 과정을 이 책에 충실히 담았다. 우리는>
세 학생은 놀고 싶어서, 심심해서 학교 밖을 배회하다 우연히 ‘품’이라는 청소년단체를 만났다. 그리고 얼마간 이 단체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동네축제를 기획했다. 축제 기획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마음이 답답하고 마음이 허전했다고 한다.
‘학교 밖 인문학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나는 누구이며, 세상은 왜 이렇게 됐고, 편하고 안정적인 삶과 다른 삶의 모델은 없는지 찾아보는 공부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평소에 책을 읽거나 토론하는 데 전혀 익숙지 않은 열아홉살 말썽꾸러기들의 공부 과정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성공이었다. 인문학을 배우면서 이들은 수많은 삶의 모델을 알았고, 자신들을 둘러싼 일상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삶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웠다. 축제기획을 통해 해 왔던 ‘잘 노는 일’과 인문학 공부를 통해 얻은 ‘잘 살아가는 일’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책의 서문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내면의 힘 기르기는 특별한 교육 모델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가정 학교 지역 사이버 공간 등 서로 충돌하고 연결되는 일상적인 시공간 속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방식에 대한 놀라운 실증 자료라 할만 하다.
전효관 서울시 하자센터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