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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영 쇄신, 속전속결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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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영 쇄신, 속전속결은 더 위험하다

입력
2011.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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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해병대 사령부가 긴급 지휘관회의를 열어 악습 근절을 선언한 데 이어, 내주에는 국방부장관이 주재하는 해병대 병영문화혁신 대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는 전ㆍ현역 병사들과 민간전문가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군 대상의 병영문화 실태조사도 실시된다. 해병대 총기난사 참극을 계기로 바야흐로 전군이 악ㆍ폐습과의 전면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해병대에서 또 한 병사가 자살했다. 원인이 확실치는 않지만 정황상 가혹행위를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악ㆍ폐습이 워낙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만큼 병영문화 바꾸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6년 전 경기 연천의 육군 내무반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때도 유사한 쇄신조치를 대대적으로 천명했으나 정작 육군에서도 가혹행위나 부적응 등으로 인한 자살, 탈영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요란한 선언과 다짐이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가 주저되는 이유다.

3진 아웃제니 인권교육 강화니 다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예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군 전역자들에게서도 차마 믿기 어려운 가혹행위 경험을 숱하게 듣는다. 해병대처럼 독특한 폐쇄적 문화를 가진 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가혹행위를 통한 강요된 위계를 강한 전투력의 표상처럼 여기는 착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시피 이런 종류의 위계는 치명적으로 전력을 약화시킨다.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학대를 견뎌낸 경험이 아니라, 혹독하고 힘든 훈련과 근무를 끈끈한 동료애로 함께 견뎌낸 경험을 자랑하는 그런 분위기로 군대문화를 바꿔야 한다.

반면, 사고 방지에만 치중해 지나치게 규율을 풀어놓은 부대를 걱정하는 얘기도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위계와 규율의 양면성을 고려,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작전하듯 밀어붙이는 분위기는 그래서 미덥지 않다. 이번에도 바꾸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임하되,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하게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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