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25ㆍ하이트)과 신지애(23ㆍ미래에셋)는 11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서희경과 신지애는 이날 3, 4라운드 36홀을 도는 강행군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대회를 마쳤다.
서희경에게 신지애는 두 살이 어리지만 '은인'과 같은 존재다. 서희경은 신지애의 모습을 보면서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서희경은 2006년 프로무대를 밟았으나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프로 3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서희경은 "후배들을 보며 여기서 살아 남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다. 이대로 가면 우승 없는 프로로 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희경의 골프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2008년 신재애와의 동반 훈련이었다. 서희경은 그 해 여름 훈련 때 신지애와 담양에 있는 파3홀 골프장에서 일주일 동안 함께 훈련을 하며 골프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서희경은 "지존으로 불렸던 신지애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연습하는데 발을 뻗고 잘 수가 없었다. 그 때 신지애의 연습량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연습량이었다"고 밝혔다. 국내 1인자인 신지애가 밤늦도록 볼을 치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거리 감각에 약점이 있던 서희경은 신지애와 파3 골프장에서 쇼트게임 훈련에 집중했다. 한 홀에서 5개씩 샷을 하면서 길이가 각기 다른 9홀을 돌아 일관된 거리를 보내는 감각을 키웠다. 또 국내 선수 중 가장 퍼팅이 좋다는 신지애의 노하우를 배우며 자신의 약점을 고쳤다.
서희경은 "신지애와 함께 훈련을 하며 쇼트게임이 좋아졌다. 정신 자세와 효율적인 연습방법 등도 배웠다"고 털어놨다.
신지애와 함께 일주일간 '독한' 훈련을 한 서희경은 2008년 하반기 첫 대회인 하이원 채리티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3개 대회 연속 우승한 서희경은 그 해 하반기에만 6승을 올리며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최고의 선수인 신지애를 '연습 파트너'로 생각한 서희경은 "우승의 비결은 자신감이다. 실수를 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아도 당황하거나 급한 마음이 없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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