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의 한 면장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가능성을 감지하고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켜 주민들의 생명을 지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순천시에 따르면 9일 오후 9시께 해룡면 신대리 산두마을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박모(60), 임모(68ㆍ여)씨 등의 집 두 채가 매몰됐다. 그러나 박씨와 부인 김모(46)씨, 아들(9) 등 박씨 일가족 3명과 임씨 등 4명은 산사태 발생 7시간 전에 대피해 참변을 면했다.
이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정용배(54) 해룡면장의 산사태에 대한 예견과 신속한 대피 조치 때문이었다. 정 면장은 이날 새벽부터 폭우가 쏟아지자 직원 두 명을 데리고 관할 지역을 순찰하던 중 산두마을에 산사태 위험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박씨 집 바로 뒤 경사진 산 언덕에서 빗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일부 수목이 쓰러져 있는 등 산사태의 긴박한 징후가 엿보였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이들 2가구를 포함, 인근 3가구 등 총 5가구의 가족들을 신속히 마을 회관으로 대피시키는 한편 중장비를 동원해 산으로부터 흘러 내는 물길을 돌리고, 주민들과 함께 이들 5가구의 집안을 뒤져 귀중품까지 챙겼다.
하지만 대피 1시간 만인 오후 3시 큰 소나무 1그루를 포함한 흙더미가 임씨 집을 덮치는 등 산사태가 시작돼 오후 9시께 거대한 흙더미가 두 집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화를 면한 임씨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친다"며 "정 면장과 공무원들이 생명의 은인"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 면장은 "주민의 공복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보금자리를 잃은 두 가족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순천=김영균기자 ykk22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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