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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죽음의 성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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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죽음의 성물 2부'

입력
2011.07.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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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은 회색으로 열렸다. 배경음악은 음산했다. 마법학교 호그와트엔 악의 기운이 넘쳤고, 요정 도비의 무덤 앞에 무릎 꿇은 해리(다니엘 레드클리프)의 얼굴엔 비탄이 가득했다.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는 어두운 색채로 시작을 알렸다.

영화는 더 이상 어린이용이 아니었다. 해리의 턱에 듬성듬성 난 짧은 수염처럼 성인용에 가까웠다. 삶에 깃든 선과 악, 희망과 절망, 사랑과 증오의 경계 위에서 위태롭게 질주하며 마법의 세계를 펼쳐갔다.

전편 '죽음의 성물 1부'에 이어 악의 두목 볼드모트(랄프 파인스)에 정면으로 맞서는 해리 일행의 활약을 그렸다. 볼드모트의 혼이 담긴 물건인 '호크룩스'를 잇따라 파괴해 나가던 해리와 위협을 느낀 볼드모트가 전면전을 벌이는 과정이 빼어난 특수효과에 힘입어 스크린을 장악해 나간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서일까. 대단원을 화려하게 장식하려는 듯 물량을 아끼지 않았다. 적어도 볼거리는 전작들보다 풍부하다. 해리가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론(루퍼트 그린트)과 잔 모양 호크룩스를 빼내기 위해 마법 은행 금고에 잠입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가속도를 붙인다. 불을 뿜는 거대한 용, 도난을 막기 위해 침입자가 손을 대면 무한 복제 되는 금고의 물건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큰 볼거리는 볼드모트 일당과 마법학교 구성원이 펼치는 전면전이다. 호그와트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은 중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전쟁영화를 방불케 한다. 악의 무리에 의해 폐허가 되는 호그와트와 곳곳에 널브러진 마법사들의 시체는 이 시리즈가 이제 동심에 기대지 않음을 상징한다. 신비하고 호기심 가득했던 마법의 세계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과 음모와 고통을 영화는 그렇게 은유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 볼드모트와 목숨을 걸고 맞설 수밖에 없는 해리의 감춰진 운명이 드러나며 극적 요소를 더한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어"라는 해리의 대사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비극적인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스크린에 배어날 정도다. 하지만 결말은 희생과 부활 등 기독교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밝고 희망적이지만 조금은 맥 빠지는 지점이다. 판타지 영화의 한계 아닐까.

시리즈 사상 첫 3D영화이지만 입체감이나 원근감이 두드러지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시리즈 중 가장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았고, 공들인 화면도 인상적이다. 성인 관객이라면 불만을 가질 만할 요소가 여전히 여럿 있긴 한데, 해리와의 마지막 여행은 충분히 즐겁다.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13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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