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정비업소는 국내 완성차의 협력사로 고정 일감이 있지만, 소형 정비업소는 죽을 맛입니다. 더욱이 외국 대형 업체들까지 자동차 정비업에 진출해 골목 장사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산비탈 아래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사장 임모(46)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20년째 이 곳에서만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손님은 갈 수록 줄고 부품 구입 단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것. 때문에 한때 수리공 2명을 둔 '사장님'이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해부터 혼자 일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달엔 150만원 하는 월세 내기도 버거웠다"고 하소연했다.
외국계 대기업들이 국내 차량 정비 서비스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세계적 부품기업인 독일의 보쉬는 단독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와 국내 카센터들과 가맹점 협약을 맺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정비업체 마이네키는 국내 업체와 공동 투자 형태로 카센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수리공 한 두 명을 둔 소형 토종 카센터들은 갈 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보쉬는 연말까지 20개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개설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보쉬는 2002년 우리나라 자동차 정비업에 처음 뛰어든 뒤 10년 만에 전국에 190여개의 정비소를 갖추게 된다.
보쉬는 지난해 매출이 약 72조원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ㆍ전동공구 부문의 글로벌 기업. 현대ㆍ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이 약 61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 1만5,000여개의 정비망을 갖춰 차 정비 분야의 공룡으로 불린다.
미국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정비업체 마이네키도 공격적으로 차량 정비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2009년 우리나라에 진출, 올해 말까지 60개, 5년 내 300개의 가맹점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존 SK 등 대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까지 국내 차량 정비사업에 뛰어드는 데는 그만한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는 1,826만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판매, 차량 정비, 부품 교환 등 이른바 자동차 애프터마켓이 2015년까지 12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일정 규모를 갖춘 협력 정비소를 확대하고 있고, 외국 업체들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및 외국 대기업들은 부품 다량 구매, 자체 부품 생산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외국 기업의 경우 국내 대기업과 손잡은 차량 정비업소들보다 저렴하지만 개별 소형 카센터보다는 좀더 비싼 정비 가격을 앞세워 이른 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영세한 동네 카센터는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도매 가격은 최근 3년간 30% 가까이 올라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성원 한국산업마케팅연구소 소장은"대기업에 외국 대형 자본까지 진출, 소형 자동차 정비업의 미래는 갈 수록 불투명해 질 것"이라며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가 골목의 슈퍼마켓을 잠식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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