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짝없이 살아요" 이혼 가구주 126만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짝없이 살아요" 이혼 가구주 126만명

입력
2011.07.11 11:24
0 0

# 경기 분당에 사는 직장인 이모(33ㆍ여)씨는 2006년 성격 차이를 견디지 못해 결혼 2년 만에 이혼했다. 당시 4개월 된 아들을 뒀던 이씨는 "아이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증까지 와서 갈라서기로 했다"면서 "이혼녀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져 몇몇 친구들은 오히려 '당당해 보여 부럽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이혼 가구주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가구주 100명당 7명 꼴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급증했다. 배우자가 사망한 후 재혼하지 않고 사는 사별(死別) 가구주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11일 통계청의 2010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이혼 가구주는 126만7,000명으로, 10년 전(3.9%)보다 2배, 20년 전(1.5%)보다는 4배 가량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0.3%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33.8%), 30대(12.2%), 60대(10.5%) 순이었다.

이혼이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악화한 경제적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이혼 건수는 92년 5만4,000건에서 98년 11만6,000건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고, 2003년 16만7,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12만건 안팎을 유지하며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족관계를 돈독하게 하지만,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려움에 대한 적응적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갖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여성들의 주체성 강화에 따른 부부간 충돌도 이혼 증가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혼 가구주 이씨는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남편의 사고방식이 결혼 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같이 돈을 벌면서 집안일까지 모조리 짊어져야 한다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나와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혼이나 사별 여성 중에는 재혼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혼 및 사별 가구주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2009년 이혼 또는 사별한 20~44세 여성 201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을 넘는(51%) 여성이 '재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결혼 생활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46.3%)가 가장 많았다.

때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결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야 이혼을 하지 않거나 사별했다면 재혼이라도 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인숙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 양육이나 환자 돌봄 서비스 등을 놓고 부부간 충돌이 벌어 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국가 지원을 강화하고, 부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담소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