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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십자군 이야기' 1권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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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십자군 이야기' 1권 번역 출간

입력
2011.07.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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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의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의 신간 <십자군 이야기> 1권이 문학동네(송태욱 옮김)에서 11일 번역 출간됐다.

방대한 로마사는 물론 중세와 르네상스 이야기를 인간의 갈등과 욕망에 주목해 풀어내 적잖은 '열성 독자'를 거느린 시오노의 이번 작품은 11세기 '카노사의 굴욕'으로 시작한다. 황제를 눈밭에 무릎 꿇게 만든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의 뒤를 이은 교황 역시 '세상의 군주를 모두 지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은 로마 교황뿐임을 보여 주기 위해 십자군 원정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1권은 1096년 유럽을 출발한 민중십자군이 비잔틴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집결해 보스포루스 해협, 소아시아를 거쳐 예루살렘을 정복하기까지, 그리고 예루살렘 정복 이후 18년 동안 십자군 국가의 성립, 초대 예루살렘 왕이던 보두앵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십자군 제1세대가 퇴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두 종교 간의 갈등의 역사는 피와 광기로 얼룩진 것이지만 시오노가 이를 엮어나가는 필치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하다. 이야기가 편향되지 않도록 '정확성을 기하는 것이 습관이자 전통인' 중세 베네치아 공화국과 고대 로마제국 사료를 참고로 했다는 점도 신뢰성을 높여준다.

무엇보다 재미를 더하는 것은 십자군 원정 인물에 대한 시오노만의 재치 있는 설명이다. 제1차 원정에서 소수 병력을 이끌고 베들레헴을 장악한 용장 탄크레디는 유럽인들에게 영원한 젊음의 상징처럼 간주된다. 시오노는 그런 이미지를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영화 '레오파드Ⅱ'에서 알랭 들롱이 맡은 늙은 공작 살리나의 조카 역에 비유했다. 그의 이름이 탄크레디였기 때문이다.

70대 중반의 시오노가 3년 전 완간한 전작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에서 이미 다룬 십자군에 다시 주목한 이유는 뭘까. "지금 세계정세의 상당 부분은 기독교와 이슬람세계의 대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두 세계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년에 걸쳐 계속되는 역사를 되돌아 보는 것도 이 큰 파도를 넘어 서는 데 작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출간에 붙인 작가의 말이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십자군 전쟁 삽화를 묶어 시오노가 지도와 함께 설명을 붙인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 도 함께 나와 이해를 돕는다. <십자군 이야기> 는 올 가을에 2권이, 내년 봄에 마지막 3권이 번역돼 나올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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