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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특근해야 월 120만원… 고졸 취업자 절반이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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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특근해야 월 120만원… 고졸 취업자 절반이 그만둬

입력
2011.07.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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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기도에 있는 전문계 K고를 졸업한 김모(19)씨는 3학년 재학 중 자동차 모터 제조업체에 취업이 확정됐다. 첫 직장, 취업에 대한 기대도 잠시, 혼자 조립기계 3개를 담당하며 하루 12시간씩 이어지는 근무에 체력은 금세 바닥났다. 시급은 3,900원. 첫 달에 월 90만원 받았고, 나중에 잔업과 특근을 해서야 겨우 월 120만원을 손에 쥐었다. 결국 입사 3개월 만에 그는 회사를 그만뒀다.

군 입대를 앞두고 현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제대 후에 취업 안 되면 대학에 가려고요. 대학에서도 배우는 건 별로 없겠지만 취직은 더 잘 될 테니까요."

대학 졸업자들의 문제에 가려 그 동안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사회에서 고교 졸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심각하다. 고용불안과 불평등한 처우, 이로 인한 울며 겨자 먹기 식 대학 진학으로 개인은 물론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다.

한국일보가 전문계고(옛 실업고)인 경기 K고와 서울 M여고의 지난해 고3 학급을 하나씩 정해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를 추적한 결과, M여고 3학년 1반의 경우 정원 24명 중 취업이 14명, 대학 진학 및 재수가 9명, 기타 1명이었다. K고 3학년 4반은 41명의 졸업자 중 진학이 절반을 넘는 23명, 취업은 14명이었다. 그러나 두 학급 취업자의 과반이 고졸자에 대한 차별을 경험했거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절반 가량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간판용' 대학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고졸자 인력 낭비와 대학 과잉 진학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고졸자에 대한 차별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리지 않았다. "대졸자보다 연봉이 1,000만원 정도 적다"(L씨ㆍ19ㆍ대기업 S사 근무), "대졸 사무직이 쉬는 주말에도 고졸 생산직은 일을 한다"(K씨ㆍ19ㆍ중소기업 K사 근무)고 이들은 하소연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고졸과 대졸자의 초임은 각각 137만원과 203만원으로 대졸자가 1.5배나 높다.

물론 대졸자보다 약간 적은 임금 외에는 차별이 없다는 고졸 취업자들도 있었다. 대졸자보다 교육에 투자를 덜 한 만큼 임금 격차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졸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강동훈 장학관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고졸자를 채용하지 않으면서 고졸자가 하던 일을 대졸자가 하는 '하향 취업'현상이 확대돼 고졸자에 대한 처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결국 갈 곳 없는 고졸자들은 '대졸 간판' 따기에 나서게 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취업을 목적으로 전문계고에 진학했던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라도 다시 대학에 가는 상황이다. M여고의 경우 2000년 87.44%이던 취업률이 올해 47.30%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대학 진학률은 같은 기간에 2.65%에서 39.19%로 15배나 높아졌다. 서울의 S전문계고 진로상담부 교사는 "2004년 대입 동일계 정원외 특별전형이 생기면서 진학 위주로 지도해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등록금, 소득 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직결된 고졸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과학기술부 직업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산업계와 전문계고의 산학협력체계 구축, 고교생 인턴제 확대, 신입사원 채용시 고졸자 할당제 등을 통해 산업계가 고졸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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