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10일 이명박 정부 들어 여러 분야에서 여성정책이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한 '비정부기구(NGO) 보고서'를 최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19일 미국 뉴욕에서 예정된 유엔의 한국정부 보고서 심의를 앞두고 여성단체의 목소리를 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NGO 보고서는 한국정부 보고서 심의 때 참고자료로 쓰이며 이후 발표될 유엔 정책 권고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성단체들은 보고서에서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여성정책은 급격히 보수화됐다"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통제하는 일방적인 정치스타일 때문에 여성과 통일분야에서 '거버넌스'(민관협력) 체제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반대하는 '광우병대책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이명박 정부가 거버넌스 당사자인 여성단체의 활동을 억압,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정부의 사업을 받는 조건으로 불법폭력시위단체가 아니라는 서약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사례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두 단체는 법정 소송을 진행해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각각 승소했지만 정부와의 신뢰는 깨졌다"고 적었다. 또 보고서는 "통일부와 여성부가 지원해오던 '남북여성공동행사'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고 현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은 전통적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가족주의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대책'에 따른 낙태 단속 강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단체들은 "낙태는 여성이 스스로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판단해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할 권리"라고 밝혔다.
'고 장자연 사건'으로 알려진 여성 연예노동자의 인권 실태, 성희롱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 등 사회고위층의 성희롱 발언 등도 정부 보고서에는 없는 '새로운 이슈'로 담겼다.
10일 NGO 대표단 9명과 함께 뉴욕으로 떠난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정부의 보고서는 정책 설명과 통계치 제시 등에 그쳐 한국사회의 여성인권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며 "NGO 보고서를 심의위원들에게 알려 권고문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가입국으로 협약 이행 여부를 담은 정부 보고서를 4년에 한 번 제출해 심의를 받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는 NGO에게도 정부에 대한 반박과 대안을 담은 보고서를 내도록 해 심의에 참고한다. 권고문은 이달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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