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맥심.'
지난 30여 년간 국내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의 확고부동한 등식이다.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한 동서식품은 80년 맥심을 내놓은 뒤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더해 '잊을 수 없는 사람, 잊을 수 없는 향'이라는 광고 카피로 고객의 감성까지 휘어 잡으며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1조1,000억원 규모의 커피믹스 시장에서 쌓아 올린 동서식품의 30년 아성이 최근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거의 8대2의 비율로 과점해 온 이 시장에 지난해 말 남양유업이 뛰어들면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10일 주요 대형마트에 따르면 2월 말부터 남양유업이 본격 출시한 커피믹스인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지난달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0%(대형마트 기준) 벽을 돌파, 네슬레의 테이스터스초이스를 제치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커피믹스는 대형 마트에서 라면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데다,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어 해당 업체들의 경쟁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동서식품은 그 동안 1위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도전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9년 커피류 제품의 수입 규제가 풀리면서 국내에 들어 온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만 2년 만에 커피믹스를 포함한 커피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더니, 5년 만에 40%를 육박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이라는 이름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며 "비장의 카드로 제품의 품질, 디자인을 확 바꾸는 '리스테이지(restage)'전략을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풍부하고 부드러운 향과 한국인 입맛에 맞춰 커피의 쓴맛 대신 깔끔한 맛을 강조한 결과, 하락세였던 판매량은 1998년 63.6%로 뛰어올라, 3년 만에 원래 위치를 되찾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몇몇 회사들이 커피믹스 시장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네슬레의 도전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맥심은 체력과 실력을 크게 키웠다"며 "다른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맥심의 독점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만 빠져 품질 향상이나 마케팅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남양유업은 기존의 도전자들과는 좀 달라 보인다. 2년 넘게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하고, 물밑에서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나서 기존 커피믹스의 약점은 커피보다는 크리머(프림)에 있다고 판단, 이 부분을 집중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커피믹스에서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원두가 아니라 크리머"였다며 "기존 제품은 식물성 유지에 우유 맛을 내기 위해 화학물질을 넣었지만 우리 제품은 우유회사의 장점을 살려 무지방 우유를 넣어 크리머의 질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제품이 시중에 팔리기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김태희, 강동원 두 슈퍼스타를 내세운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것도 똑똑히 재미를 봤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망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며 "제품을 써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반대로 유통업체들이 팔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남양유업이 크리머를 직접 조달하는데다, 광고 전략도 잘 쓰면서 만만치 않은 존재로 커가고 있다"며 "차 음료보다 커피믹스 분야에서 더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동서식품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롯데칠성도 '칸타타' 신제품을 출시로 커피믹스 전쟁에 가세하고, 대상도 로즈버드 브랜드의 프리미엄 커피믹스 '바리스타도 몰랐던 커피의 황금비율'를 10월에 내놓을 예정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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