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단 중심으로 반드시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듣겠다."(2008년 8월 28일), "오늘 (최고위원-정책위의장단 워크숍) 결론이 나면 바로 고위 당정을 열어 확정안을 만들겠다"(2011년 7월 10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각각 '의원총회''최고위원회의 등 당 지도부'에 무게를 둔 두 발언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바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이다. 달라진 것은 3년 전엔 원내대표였고 지금은 대표라는 직책이다. 홍 대표가 당직 인선, 원내대표 역할 등을 두고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대목이 당직 인선 관련 발언이다. 홍 대표는 요즘 대표 경선 과정에서 도와준 측근 의원을 사무총장에 기용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이 '측근 사무총장 기용'에 반발하자 홍 대표는 "내년 총선은 당 대표 중심으로 치러야 하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계추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전혀 다른 발언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안상수 당시 대표가 경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원희목 의원을 대표비서실장에 앉히려 하자 차점자 최고위원이었던 홍 대표는 "당헌∙당규에 당직 약속 금지 조항이 있는 만큼 당직 매수 행위"라는 논리를 대며 "쇄신ㆍ중도파 중심으로 당을 재편해야 한다"고 격하게 반발했다.
당 서열 1, 2위인 대표와 원내대표의 위상에 대한 발언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 원내와 정책 문제에서 원내대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원내 사안과 다소 거리가 있는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 등도 주도해 박희태 당시 대표의 특보단이 홍 원내대표의 '독주' 견제를 공식 건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홍 대표는 '대표' 타이틀을 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원내대표한테 전권을 주면 안 되지. 원내대표도 못하면 (당 대표가) 바꿔서라도 (잘) 해야지"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시절(2008년 5월 23일) "여당에서는 대표가 힘이 있을 필요는 없고 당을 아우르면 된다"고 했던 그가 대표가 되자 의원들이 경선으로 뽑은 원내대표의 권한을 무시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의 한 말에 대해 굳이 책임까지는 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의식은 하면서 일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대표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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