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지노를 상대로 사기 도박을 벌여 89억원을 챙긴 뒤 달아난 교포 사기 도박단의 주범(한국일보 4월14일 12면)이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이에 따라 사기 행각의 전말이 밝혀져 그 배후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0일 워커힐호텔 카지노에서 사기 도박으로 수십억원을 챙겨 해외로 도피했던 김모(53ㆍ캐나다 교포)씨가 지난주 필리핀에서 붙잡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당국과 국내 송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신병을 넘겨 받는 대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기 도박단을 조직, 지난해 1월부터 12월 23일까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4차례의 사기 도박으로 8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사건이 불거지자 이 중 40억원을 챙겨 일본으로 도피했다. 또 약 2개월 전에는 일본에서 필리핀으로 건너간 사실이 확인돼 필리핀 수사당국의 추적을 받아왔다.
마지막 사기 도박이 벌어졌던 지난해 12월 23일 워커힐 카지노에서는 25억원의 대박이 터져 의혹이 쏠렸고,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의 카지노로 퍼졌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카지노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였으며 게임에서 사용되는 카드를 조작된 카드(일명 '탄카드')로 바꿔치기 하기 위해 김씨가 카지노 폐쇄회로(CC)TV 담당 직원 이모(43)씨 등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바람잡이 일당과 함께 바카라 도박판 테이블에 앉아 카드 바꿔치기, 밑장 빼기 등의 수법으로 돈을 땄다. 또 호텔 카지노 직원을 포섭해 딜러에게 압력을 넣고, CCTV 카메라를 조작해 사기 도박 장면이 녹화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후 사기 도박에 참여한 아르헨티나, 필리핀 국적의 교포 등 5명은 붙잡았지만 주범 김씨가 해외로 달아나고 공범 한모(46ㆍ캐나다 교포)씨가 잠적해 수사가 답보상태였다.
그러나 주범에 이어 공범까지 잡히더라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지는 의문이다. 주범 김씨에게 도박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채업자 A씨(미국 교포)가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사기 도박으로 받은 카지노 수표 일부가 A씨에게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주변을 수사하고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A씨가 최근 홍콩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여년 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자유롭게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출입하기 시작했고 게임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도박꾼들에게 3~7일에 5%(연리 환산 약 300~600%)의 고리 사채를 돌리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기 도박을 벌인 김씨가 큰판을 벌이기 힘든 사실상 '알거지'나 다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배후에 A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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