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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계부채 대책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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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계부채 대책의 그늘

입력
2011.07.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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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국가적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가계부채 위기 시나리오는 대강 이렇다. 소득이 정체되고, 가계부채가 총액 800조원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향후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2년 내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8% 이상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가계의 대출금 및 이자 상환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가계는 빚 정리를 위해 최대 보유 자산인 주택을 너도나도 매물로 내놓는다.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가계 파산이 잇따르며, 은행도 부실채권 쓰나미 속에서 파산위기에 몰린다.

■ 가계부채가 늘더라도 소득이 이를 감당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제반 경제여건이 악화해 우리나라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3개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36%를 훌쩍 넘긴 146%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상태다.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빚을 낼 수밖에 없는 다수 가계의 사정은 접어둔 채, 기계적인 방식으로 가계에 대한 금융권 대출의 총량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어쨌든 조만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눈에 띄게 꺾일 것이다.

■ 문제는 서민 가계의 대출은 대부분 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가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당위'라는 데 있다. 그래서 서민 대출은 은행이 막히면 제2금융권으로, 거기도 막히면 사채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약 10년간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1%대에서 5%대로 낮아졌지만, 제2금융권은 거꾸로 4%대에서 11%로 급증한 사실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따라서 이번 대책도 빚 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상당수 서민에겐 연리 5%대의 은행에서 나가 캐피탈, 또는 사채의 문이나 두드려 보라는 '퇴거명령'에 다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 국내 가계부채는 소득 대비 대출 비중으로 볼 때 저소득층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일례로 국민 등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대출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대출액은 608%로, 상위 20% 대출자 소득 대비 대출액 비중 135%의 5배에 육박한다. 이들 저소득층, 지금도 카드론이나 마이너스 대출로 빚을 내 급한 이자를 막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또다시 제도권에서 쫓겨나면 사채의 늪에 빠져들거나 파산하는 수밖엔 없게 된다. 가계부채 대책의 그늘이 여기에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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