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 후 집에서 아이 얼굴을 보곤 깜짝 놀랐다. 한쪽 볼에 빨갛고 기다란 상처가 선명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놀다 다퉜는지 누군가 손톱으로 우리 아이 얼굴을 긁었단다. 상처를 보아하니 피도 났던 것 같고 무엇보다 아이가 많이 아팠을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엄마인 나보다 우리 아이를 더 애지중지하시는 시어머니는 화가 많이 나신 듯했다. "자기 손톱보다 남의 손톱으로 난 상처는 흉터도 더 잘 생기는데, 도대체 누구네 집 애가 우리 손자 얼굴을 저렇게 만들었냐"는 말씀을 며칠 동안 달고 지내셨다.
실제로도 남의 손톱 때문에 난 상처는 자기 손톱으로 낸 상처보다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처가 말끔히 아무느냐 흉터가 남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상처의 깊이다. 피부는 바깥쪽부터 표피와 진피, 피하지방으로 이뤄져 있다. 흉터가 생기는 건 상처가 진피까지 깊숙이 들어간 경우다. 강승훈 봄여름가을겨울피부과의원 원장은 "자기 손톱으로 자기 몸을 긁을 땐 본능적으로 조금이라도 피하기 때문에 상처가 진피까지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남의 손톱이 순식간에 피부를 긁으면 상처가 표피를 뚫고 들어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사실 흉터도 피부조직의 일부다. 구성 물질도 콜라겐과 섬유세포로 주변 피부와 같다. 콜라겐이 뼈대를 이루고 섬유세포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피부조직 전체를 건물로 치면 콜라겐은 기둥, 섬유세포는 시멘트에 해당한다. 다만 흉터 속의 콜라겐과 섬유세포는 존재하는 양이나 비율 등이 보통 피부와 다르다. 상처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재생됐다는 소리다. 그래서 보통 피부와 색깔이나 촉감 등도 다르다.
어린이집에선 상처 난 아이 얼굴에 얇고 말랑말랑한 거즈처럼 생긴 걸 붙여 보냈다. 다쳤을 땐 무조건 소독약이나 연고 바르고 밴드 붙이며 자란 내겐 생소한 약이었다. 습윤드레싱제란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세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딱지가 생기고, 그 아래서 재생이 일어난다. 딱지가 일종의 보호막인 셈이다. 습윤드레싱제는 스스로 인공 딱지 역할을 한다. 피부 재생을 돕는 성분도 들어 있다. 딱지가 생기지 않고도 피부 재생이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약 바르고 밴드 붙이는 옛날 방식은 건조드레싱이라 불린다. 소독약이나 연고는 세균 감염만 막아줄 뿐 딱지는 그대로 생긴다. 결국 피부 자체의 재생능력에 의존하는 치료다. 현대의학에서 상처 치료는 소극적 방법인 건조드레싱에서 적극적 방법인 습윤드레싱으로 바뀌는 추세다.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어쩜 몰랐을 변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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