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무엇일까. 강력한 독을 가진 뱀이나 힘이 센 호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미국 과학전문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치명적인 동물 1위로 다름 아닌 모기를 꼽았다. 모기는 전 세계적으로 3,500종이 살며, 말라리아 뎅기열 일본뇌염 등 80가지 질병을 옮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말라리아로만 매년 85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라리아 환자 용산ㆍ강남ㆍ서초구 많아
국내도 말라리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772명이 말라리아에 걸렸다. 전년도보다 31%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는 경제력이 높은 용산구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말라리아가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주로 발병한다는 기존 통념과 반대되는 결과다.
한국일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받은 2006~2010년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보고된 말라리아 환자 수를 구별 인구로 나눠 10만명당 말라리아 환자 수를 분석했다.
말라리아 환자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곳은 5년 만에 환자가 4배 가량 증가한 용산구였다. 용산구는 2006년 10만명당 환자 수가 6.99명으로 비교적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이듬해 10.87명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22.94명을 기록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으론 광진구(11.57명), 양천구(10.29명), 강남구(10.4명), 서초구(9.77명)가 용산구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만명당 환자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영등포구(4.94명)였다.
눈에 띄는 점은 부촌(富村)으로 알려진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가 지난 5년간 세 번 이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서초구의 경우 2006년과 2007년 10만명당 환자 수가 각각 19.33명과 13.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도 9.77명으로 5위에 올랐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은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에 따라 고위험지역(100명 이상) 위험지역(10~100명) 잠재위험지역(10명 미만)으로 나뉜다.
신호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 연구위원은 "해당 지역에 말라리아 모기가 많이 서식하거나, 말라리아가 자주 발병하는 곳으로의 여행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유전자 조작해 모기 퇴치 방법 모색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 연구진은 말라리아 모기가 교미할 때 수컷 모기에서 정자와 함께 나오는 '교미마개(mating plug)'를 연구 중이다. 단백질로 이뤄진 이 물질은 정자가 암컷의 수정낭에 잘 저장되도록 돕는다. 성충이 된 모기의 수명은 한 달 남짓이다. 암컷 모기는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수정낭에 있는 정자를 조금씩 꺼내 최대 8번까지 수정하고, 한 번에 150~200개의 알을 낳는다. 이틀 후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2주 정도가 지나면 성충이 된다.
런던대 연구진은 특정 효소의 기능을 막은 수컷 모기에게선 교미마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교미마개가 없는 수컷 모기는 교미를 해도 정자가 암컷의 수정낭에 저장되지 않아 번식할 수 없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수컷 모기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유전자 변형된 모기와 짝짓기 해 태어난 암컷 모기들이 비정상적인 모양의 날개를 갖고 태어나 날지 못하게 됐다. 날지 못하는 암컷 모기는 피를 얻지 못해 알을 낳지 못한다. 암컷 모기는 동물의 피에서 영양분을 얻어 산란하기 때문이다. 수컷 모기는 정상적인 모양의 날개를 갖고 태어났으나 주로 과일과 꽃의 당액을 먹고 살기 때문에 사람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한국곤충학회장)는 "실험실 수준에선 가능해도 아직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 신이현 연구관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모기를 실제 환경에 풀어놨을 때 생태계 교란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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