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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공공부문 8·5 근무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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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공공부문 8·5 근무제 추진

입력
2011.07.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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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 공공부문의 근로시간을 현행 오전9시~오후6시에서 오전8시~오후5시(이하 8ㆍ5 근무제)로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8ㆍ5 근무제 추진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지난달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민생점검을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로 제안한 데 이어 지난 달 30일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검토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이달 들어 열린 국정토론회 과제 점검 차관급 및 실무진 태스크포스(TF)에서는 8ㆍ5 근무제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공공부문의 근무시간 변경은 단지 공공분야뿐 아니라, 이들과 직ㆍ간접적으로 업무 연관을 맺고 있는 민간분야에까지 적지 않은 변화를 끼칠 수밖에 없는 사안. 더구나 달라진 근무환경이 몰고 올 소비나 문화 측면의 사회적 변화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제는 근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한 뒤 자기계발이나 여가생활을 즐기는 '삶의 질' 중시 트렌드가 자리잡아 가는 만큼 8ㆍ5 근무제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 하지만 제도의 1차적인 대상이 될 공무원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모양새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지도부 회의를 거쳐 공식 반대 입장을 정했다.

정부는 앞서도 일부 부처에서 유연근무제의 형태로 여름철 8ㆍ5 근무제를 실시한 바 있고 서머타임제도 최근 수년간 도입 여부를 검토해 왔으나 매번 엇갈린 견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사회적인 생활패턴 변화의 시발점이 될 지, 아니면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근무시간만 더 늘리는 자충수가 될 지, 8ㆍ5 근무제를 둘러싼 찬ㆍ반 양론을 들어봤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도입 찬성

"소비 확대되고 삶의 질 향상 민간부문에 확산 땐 경제효과 상당"

"일과 후 여가시간을 늘림으로써 그 동안 희생을 강요 받았던 가족과의 시간을 복원하고 근로자 개인에게 재교육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늘려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가 8ㆍ5 근무제를 도입하려는 근본 배경은 우선 국민들의 생활문화를 선진국형으로 바꾸려는 데 있다. 일과 후 여가시간을 늘림으로써 그 동안 성장 중심의 경제환경에서 희생을 강요 받았던 가족과의 시간을 점진적으로 복원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근로자 개인에게 재교육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늘려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빠른 퇴근으로 밤 시간 업무가 줄어들면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의 또 다른 기대는 근로시간 변화가 사회 전반의 소비를 증대시켜 부족한 내수 분야를 키우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제도 변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아이디어라고도 할 수 있다.

공공부문의 8ㆍ5 근무제 도입이 제대로 정착될 경우, 두 가지 이유에서 소비증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소비행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8ㆍ5 근무제와 유사한 서머타임제 도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존 국내 연구들을 보면 서비스업에서 소비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2009년 보건사회연구원은 서머타임제가 실시되면 쇼핑, 운동, 관람 등 여가관련 서비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해 산업연구원은 서비스업, 특히 기업규모가 큰 기업의 서비스업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공공부문 8ㆍ5 근무제도 서머타임제와 같이 공공부문 종사자의 소비행태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제도 시행시 당장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늘어난 오후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게 될 것이다. 소득증가가 수반되지 않더라도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이나 문화 활동 또는 가족 소비의 증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 공공부문을 통한 민간부문으로의 파급효과다. 공공부문에서 8ㆍ5 근무제가 시행된다면 자연스럽게 민간부문에서도 공공부문의 8ㆍ5 근무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운영 시스템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 경우 공공부문과 마찬가지 경로를 거쳐 민간부문 종사자들의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변화는 전체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소비행태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8ㆍ5 근무제는 이 외에 교통문제 해소, 범죄예방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건강 증진과 선진적인 라이프스타일 정착을 통해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다시 소비의 구조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소비행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나 시스템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9ㆍ6 근무제 하에서 비주류에 해당하는 유연근무 시스템으로는 결코 이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눈치보기 근로행태가 잔존하는 등 이러한 제약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제도 도입이 확실하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기개발 투자나 문화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의 동호회 활성화 등 근로환경이나 사회문화 환경조성 그리고 관련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사회시스템 하에서 공공 종사자의 초과근무 부담, 육아 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분야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준비를 거쳐 제도 시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새 제도에 맞는 준비가 없을 경우 오히려 소비부담 등 사회적인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석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 도입 반대

"5시 칼퇴근? 현실 무시한 발상 여가 대신 근로시간만 더 늘어날 것"

"새벽 출근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다. 대통령과 장·차관은 5시 퇴근이 우리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8ㆍ5 근무제를 도입하려는 논리는 공공무문에서 먼저 8ㆍ5 근무제가 정착되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면서 그만큼 개인 여가 활용이 늘어나 내수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지난 2009년 서머타임제 도입을 시도하다 '근로시간만 늘어난다'는 노동계의 반대로 제도 도입이 좌절되자 이제 만만한 공무원과 공공부문을 '실험 쥐'로 삼은 모양새나 다름 없다.

우선 8ㆍ5 근무제는 공무원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의 근로형태와 일하는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장ㆍ차관 및 간부 공무원들의 출ㆍ퇴근 시간에 맞춰 새벽 출근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다.

당장 대통령과 장ㆍ차관은 5시 퇴근이 우리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우리 사회에서 상급자가 퇴근하지 않았는데 먼저 퇴근하는 '간 큰' 하급자가 얼마나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2008년 기준 2,25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1,764시간보다 500시간 가량이 많은 수치이다. 출근 시간을 앞당김으로써 결국은 "달보고 출근해서 별보고 퇴근"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2005년 정부는 이미 공직사회에 '여름철 조기 출ㆍ퇴근제'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 공무원의 결사 반대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여성 공직자들은 8시 출근은 "자녀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하기에 너무 이르다" "아이는 그럼 정부가 대신 키워줄 것이냐" "애 봐줄 사람이 없는 공무원은 그만두란 말이냐"등의 반발을 불러왔다.

퇴근시간을 5시로 전환하면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여가활동 및 자기 계발을 위한 소비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한 마디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노동자들은 퇴근 후 저녁시간을 여가, 취미생활, 자기계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2011년 현재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80%에 달하는 현실에서 퇴근시간을 1시간 앞당긴다고 여가와 취미활동 등에 지출을 늘릴 가계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타 기관 혹은 민간기업과의 업무협의가 차질을 빚으리라는 점이다. 일례로 삼성이 7시 출근, 4시 퇴근제도를 도입한 이래 타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7ㆍ4 근무제가 7ㆍ6 근무제로 변질된 가장 큰 이유는 '협력업체와의 업무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해서' 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공공부문에 8ㆍ5 근무제가 도입된다면 민원인을 위한 추가 근무 및 24시간 근무체계 등 변형된 근무시간제 도입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공공부문에 민원부서가 따로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대수의 공무원이 민원업무를 위해 정상적인 5시 퇴근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약 3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동자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중차대한 문제를 당사자인 공무원 및 공공부문 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조정은 근로조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 만큼 근본적으로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논의할 사안인 것이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섣부른 8ㆍ5 시간제 도입보다는 기관의 특성과 현실에 맞는 '유연근무제' 확대 실시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 정부가 진정으로 내수진작을 원한다면 최저임금을 인상 등 가계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만일 정부가 노동조합 및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8ㆍ5 근무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려 한다면 공무원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세종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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