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르베르디
삶은 단순하고 즐거워 밝은 해가 달콤한 소리내며 울리네 종소리가 가라 앉았네 오늘 아침 빛이 모든 것에 스며드는구나 내 머리는 불켜진 조명장치 그래서 내가 사는 방이 마침내 환해지네
한줄기 빛만으로 충분해 한번 터지는 웃음소리만으로 집을 뒤흔드는 나의 기쁨이 그 노래의 음으로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붙드네
나는 곡조가 틀리게 노래부르누나 아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사방으로 열려진 나의 입이 어떻게 나오는지 나도 모르는 미친 가락들을 도처에 뿌리고 다른 귀들을 향해 날아가네 믿어주세요 나는 미치지 않았어요
나는 층계 아래에서 활짝 열린 문 앞에서 쏟아지는 햇살 속에 초록 포도밭 사이 담에서 웃고 내 두 팔은 당신을 향해 내밀어지네
바로 오늘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 장마가 계속 되니 밝은 해가 빛나는 날들이 그리워집니다. 하루가 온통 단순하고 즐겁기만 하던 어린 시절엔 비가 아무리 와도 괜찮았지요. 노란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만 골라 다니며 첨벙거렸잖아요. 그 시절엔 왜 동네 어느 집에 불이 나도 박수치며 좋아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은 행복한 유년기를 다시 사는 사람입니다. 빛은 빛대로 환하고. 물방울은 물방울대로 투명하고. 죽기로 맘먹은 사람을 붙들 수 있을 만큼의 신비한 달콤함을 자주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교 길에 사먹곤 했던 솜사탕처럼. 사랑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요? 그런 가여운 자들을 위해서 보들레르는 말했습니다. “건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틀간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시 없이는 절대로!” 비는 멈추지 않고 사랑은 시작될 기미도 없는 날들이라도 우린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사랑의 시를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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