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으로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인 국내 부자(富者)가 13만명에 달했다. 2009년 10만8,000명에서 1년 새 2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들은 보유 자산 중 절반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월평균 소비지출액 832만원 중 4분의 1을 자녀교육에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0일 '한국 부자 연구: 자산 형성과 투자 행태,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4월부터 두 달 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자 13만명은 1인당 평균 22억원, 총 288조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국민의 0.26%가 총 개인 금융자산의 13%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평균 34억원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평균 2억4,000만원의 종자돈을 12.9년 동안 굴려 현재의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분석됐다. 종자돈 마련 방법은 근로소득(43.4%), 부동산 투자(29.1%), 부모 지원ㆍ상속(21.2%), 금융 투자(5.9%) 순이었고, 부자의 80% 이상이 상속보다는 자신의 노력과 투자를 통해 재산을 일궜다.
부자들의 총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58.1%로 가장 컸고, 이어 금융자산(36.9%), 예술품ㆍ회원권 등 기타자산(5.0%) 순이었다. 부동산 비중은 총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총자산의 규모가 커져도 일정 금액까지만 금융자산 형태로 운용하고 나머지는 부동산 위주로 투자하는 자산관리 행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자 가구의 연소득은 평균 2억1,40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4.6배였다. 월 지출은 전체 가구 평균의 3.4배인 832만원이었으며, 이 중 교육비 비중이 24.8%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일반 가구(15.3%)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의류ㆍ잡화(16.7%)와 여가ㆍ취미(14.5%) 등의 지출 비중 역시 일반 가구에 비해 크게 높았다.
한국 부자의 58%는 평소 기부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기부액은 연평균 776만원으로 전체 기부자의 평균 기부액 111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높지 않아 한국 부자 10명 중 7명(75.5%)이 부자가 아니라고 답했다. 총자산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도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2.0%에 불과했다. 부자의 최소 기준에 대해선 최소 100억원이라는 응답이 42.5%에 달했고, 50억원은 돼야 한다는 응답도 31.4%나 됐다. 최소 10억~30억원을 부자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26.1%에 그쳤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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