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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장맛비 억수 장맛비 사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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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장맛비 억수 장맛비 사이에도

입력
2011.07.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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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휴일, 장맛비 억수 장맛비를 뚫고 하동 평사리 문인집필실에 다녀왔다. 소설 의 무대인 최 참판 댁과 연이어 평사리문학관이 있고, 문학관이 운영하는 한옥 문인집필실이 있다. 험한 빗길이 예고됐지만 오래 전의 약속이 있어 출발을 했다. 그 덕에 남부지방에 퍼부은 600mm의 강우량을 고스란히 체험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는 그 표현밖에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내심 비가 잦아들어 집필실 섬진재(蟾津齋) 누마루에 앉아 낙숫물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 장단에 맞춰 육당의 '혼자 앉아서'로 화답하며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는 절구를 되새길 생각이었지만, 오가는 길 위에서 만난 집중호우의 피해는 심각했다.

오랜만에 낙동강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저지대의 논들이 물에 잠겨 곳곳에 흙탕물 호수를 만들고 있었다. 이번 비에 인명 피해까지 났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섬진강은 인사를 건네도 검붉은 강물을 제 몸에 넘치도록 담고 남해바다로 바쁘게 흘러갔다.

밤새 호우경보 속에 시간당 40mm씩 내리는 비에 섬진재 낙숫물소리가 폭포소리처럼 들렸다. 천둥, 번개까지 따라왔다. 하지만 비가 그렇게 퍼붓다가도 잠시잠깐 뚝!, 멈추는 '사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마다 대숲에서 새가 가장 맑은 소리로 울었다. 비안개 갇힌 지리산이 사람의 안부가 걱정이었는지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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