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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7·4·7에서 4·4클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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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7·4·7에서 4·4클럽까지

입력
2011.07.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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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와 4.5%의 격차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물며 3.9%와 4.0%의 차이를 따진다는 건 시간 낭비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에서 정부가 올 성장 전망치를 당초 5%에서 4.5%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상승률은 3%대에서 4%로 높여 잡은 걸 두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경제 전망에서 소수점 앞의 5가 4로 바뀌고, 3이 4로 수정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주는 어감이 다르고,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누구보다 성장 지향적이던 MB정부인데,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높였다면 분명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터이다. 4% 물가는 몰라도 5% 성장만큼은 아마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때 늦은 고성장 포기

정부가 성장 집착에서 벗어나 고물가를 현실로 받아들인 건 잘한 일이다.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가 달성 못하느니 보수적 예상치를 제시한 뒤 초과 달성하는 '로우 키(low key)'자세가 여론전략으로 봐도 훨씬 낫다.

거시분석가들은 진작부터 기정사실화했던 부분이지만, 어쨌든 이젠 정부도 '4∙4클럽(4%대 성장-4%대 물가)' 가입을 인정했다. 더불어 MB노믹스의 패스워드처럼 되어버린 '7ㆍ4ㆍ7' 꼬리표도 떼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7ㆍ4ㆍ7이 4ㆍ4클럽으로 가게 된 과정과 의미는 분명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임기 중 7% 성장을 달성하고, 10년 내 4만 달러 국민소득과 세계 7대 경제대국이 된다는 7ㆍ4ㆍ7 공약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었다. 이미 잠재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7%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건 어마어마한 버블 정책을 쓰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뒤늦게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비전이었다"고 물러섰지만, 7ㆍ4ㆍ7은 'MB정부=성장 신봉 정부'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7ㆍ4ㆍ7은 결과적으로 정부에도 짐이 됐다. 예컨대 집권 초의 고환율 정책을 보자. 한국처럼 작고 개방된 경제에서, 특히 외환 고갈이 환란의 재앙으로 이어진 과정을 현장에서 경험했던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내 균형(물가 안정)보다 대외 균형(경상수지 안정)을 중시하고 그에 맞춰 환율정책을 편 건 무작정 비난만 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7ㆍ4ㆍ7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고환율 정책은 성장 신봉자들의 맹목적인 7% 달성 전략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금리정책도 마찬가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머뭇거린 것에 결코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집 비둘기'로 몰아 붙일 일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환율, 글로벌 자본 흐름,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7ㆍ4ㆍ7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성장지상주의를 김 총재가 무조건 추종으로 해석했고, 어렵게 쌓아 올렸던 중앙은행의 위상은 시장에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비현실적 수치 공약은 독배

7ㆍ4ㆍ7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는 묘약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 정책에선 분명 잘못된 처방이었고, 과다 복용된 약물이었다.

내년 대선에 각 후보들은 또 다시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7ㆍ4ㆍ7을 비판했던 후보들조차 또다시 현혹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할 것이다. 아무리 자제하려 해도 상대 후보가 내면 결국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선거의 생리라고 한다. 어떤 기발한 숫자의 조합이 탄생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아마도 큰 방향은 고성장-저물가 공약이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공약에도 학습효과가 있다. 유권자들은 의미도, 철학도 담기지 않은 숫자에 더 이상 현혹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집권 후엔 오히려 독배가 될 수도 있다. 집권 후반기 들어 초라하게 용도폐기된 7ㆍ4ㆍ7이 남긴 값진 교훈이다.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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