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하는 소리에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아웃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동료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번쩍 들었다. 현지 캐스터는 ‘원더풀(wonderful)’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사적인 순간은 그렇게 탄생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37)가 구단 최초로 3,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그것도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 3,000번째 안타가 홈런이었다. 10일(한국시간) 양키스트디움에서 탬파베이 선발 좌완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상대한 지터는 3회 1사 주자없는 가운데 커브(125km)가 한가운데 몰리자 그대로 퍼올렸다.
독수리처럼 먹잇감을 응시하던 그는 모든 힘을 배트에 실었다. 맞는 순간 타구에 눈을 떼지 않은 지터. 1루 베이스를 돌 때까지 쭉쭉 뻗어가던 타구를 바라봤다.
지터가 홈을 밟자 동료들이 뛰쳐나왔다. 1995년 5월 29일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프랜차이즈 스타. 매년 200개에 가까운 안타를 때린 영원한 캡틴에 대한 예우였다. 지터는 홈을 밟은 뒤 코치,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했다. 또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중에게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하늘 높이 치켜 세우며 답례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지터가 28번째다. 특히 3,000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선수는 1999년 8월 8월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던 웨이드 보그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지터는 또한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역대 최초로 3,000안타를 기록한 사나이가 됐다. 역대 3,000안타 달성자 중 웨이드 보그스, 리키 헨더슨, 데이브 윈필드, 폴 워너가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고 뛴 적이 있지만, 이들은 양키스에서 기록을 작성하지 못했다. 현재 2,762안타를 기록하며 3,000안타 초읽기에 들어간 알렉스 로드리게스 역시 순수한 ‘양키스 맨’이 아니다. 한 팀에서만 뛰며 대기록을 세운 선수는 지터 이전에 9명 밖에 없었다.
지터는 또한 이날 1회 좌전안타, 5회 좌익선상 2루타, 6회 우전 안타, 8회 중전 안타(결승타) 등 5안타를 쏟아내며 대기록을 자축했다.
경기 후 지터는 “많은 역사적인 경기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기록은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달성한 것”이라며 “양키스 소속으로 기록을 수립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일이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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