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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변죽만 울린 강남 경찰 순환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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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변죽만 울린 강남 경찰 순환근무

입력
2011.07.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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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인근 경찰서에 근무하면 명절에 안마시술소 등 업소로부터 수천만원씩을 받는다는 이야길 들었다. 최근 투서를 받고 감찰을 했더니 불과 열흘 사이 3명이 적발됐다."

서울 강남권역 경찰서에서 장기 근무한 형사들을 타 권역으로 전출하려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4일 소개한 예다. 10여년 전 부산지방청 근무 당시 들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드러난 부정부패를 봐도 강남권의 비리가 금액 규모나 건수에서 단연 눈에 띈다"며 인적쇄신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갑자기 시행되는 조 청장의 인사교류 방침에 전출 대상 경찰관들의 반발이 드세다. 취임 이후 벌써 두 번째 강남권역 부패 고리를 끊겠다고 나선 조 청장이 이번에도 초장부터 한발 물러선 기미를 보여 '엄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강남, 서초,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7년 이상 근무해 이번 인사에서 전출 대상에 포함된 36명 중 7명이 수사경과 포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형사과나 수사과 등 수사경과 경찰의 경우 최근 수당 현실화 등으로 일반경과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더라도 지역에 남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들은 왜 남으려 하나

이들의 수사경과 포기 이유는 간단하다. 포기할 경우 이들은 경무, 경비, 교통과 등 일반부서에 배치된다. 인사교류 대상이 형사부서 경위 이하로 제한됨에 따라 일반부서로 배치되면 경감 승진 전까지는 이 지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까지 해서 남으려는 이유는 뭘까. 강남권역 한 경찰관은 "'부패경찰'이라는 오명을 씌워 내쫓으려고 하는 의도가 인사교류 지침에 깔려 있는 만큼 명예를 훼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교육환경, 생활환경이 어디 있나"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딴 데로 가라고 하면 애들 학교, 집은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한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교류에서 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조 청장은 7일 "서울ㆍ경기 및 6대 광역시 중심으로 형사부서 인사교류를 단행하겠다"고 했던 데서 한발 물러섰다. 같은 날 오후 산하 지방청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인사 교류자를 결정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 만 하루도 안돼 '전출시킨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전출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바뀐 셈이다.

왜 딴 곳으로 보내려 하나

하지만 경찰은 차질 없이 인사교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조직혁신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앞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될 수사권 관련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검찰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반영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한해 60만건의 강력 범죄를 처리하고 있지만 1건의 부패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다"며 "경위 이하 경찰의 경우 수십년 동안 한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데,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인사 순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경감 이상 경찰관은 약 2년마다 전국 순환 근무를 하지만, 경위 이하는 경감 진급 전까지 같은 권역에서 근무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감진급까지 보통 20년 이상 걸린다"며 "특정 지역에 이렇게 오래 있으면 부패의 늪에 빠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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