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조사단이 공개한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 캐럴 헬기장 1지역의 지구물리탐사 결과는 고엽제 드럼통이 묻혀 있을 가능성만 알려줄 뿐, 탐지된 금속물질이 실제 드럼통인지, 아니면 다른 이물질인지, 또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사단이 의심지역을 모두 파서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고, 40곳의 토양시추를 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하 10m까지의 금속물질을 탐지하는 자력(磁力) 탐사 결과, 미확인 금속성 물질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은 헬기장 1지역의 북쪽 중앙이다. 조사단은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미확인 금속성 물질 탐지지역 11곳을 점선으로 표시해 배포했는데 총면적은 최소 600㎡가량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해당 구역 안에서 금속물질이 탐지되지 않은 빈 공간이 적지 않아 실제 면적은 20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장인 옥곤 부경대 교수는 "(면적이) 드럼통 250개나 500개를 묻을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퇴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씨는 50톤 분량의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 250개를 헬기장 남북으로 길게, 단층으로 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영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층으로 쌓아서 묻었을 경우, 10m×10m 면적에도 300여개의 드럼통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확인 금속성 물질이 탐지된 지역이 250개 드럼통이 묻힐 만큼 넓지 않다면, 앞서 주한미군 문서에서 언급된 대로 이미 고엽제 드럼통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탐지된 금속은 다른 물질이거나, 일부 남겨진 드럼통일 수 있다. 이 경우 고엽제가 어디로 옮겨졌는지, 어떻게 처리됐는지 의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조사단이 다음 단계로 문제의 구역을 모두 파내는 시굴조사가 아니라 시추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실장은 "토양의 경우 오염물질이 1m도 확산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아무리 구멍을 많이 뚫어도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즉 1m 옆에 고엽제 드럼통이 있더라도 시추구멍으로는 확인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추는 미군이 제안했고, 한국측 대표들은 이 문제로 내부적으로 많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옥 단장은 결국 시추조사를 선택한 이유로 "토양을 다 파내는 게 좋지만 지역이 넓다"며 "시굴조사는 깊이에 한계가 있고, 기반암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시추조사이며 시추조사를 하면 오염도 조사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엽제 드럼통이 아직 매몰돼 있는지 확인하려면 8월 말 시추작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추작업에서도 확인되지 않으면 시굴 여부를 두고 다시 미군과 줄다리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겨우 헬기장 한 곳을 40일에 걸쳐 조사한 것이 이 정도였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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