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해 회사가 소유한 건물이 헐값에 공매 처분되자 건설사 대표가 해당 저축은행에서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S저축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S건설사 대표 김모(47)씨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이 과정에 남편과 함께 은행을 찾았던 부인에게도 불이 옮겨 붙었다. 저축은행 직원들이 급히 소화기와 담요로 불을 껐고 김씨 부부는 인근 화상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표 김씨는 2도 화상의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부인 강씨도 남편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김씨는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회사 소유 건물이 공매 처분된 데 대해 은행장을 만나 항의하기 위해 저축은행 본점을 찾았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7년 11월말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삼성동에 빌딩을 지어 매각하는 사업에 착수, S저축은행으로부터 땅값으로 260억을 빌렸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졌고 2009년 12월 사용승인 후 22차례에 걸쳐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각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S사는 이자를 연체해왔고 6월10일 공매에서 감정가 580억원인 건물이 한 법무법인에 부가세 포함 481억원에 낙찰됐다. 공매 후 채권 최우선순위인 이 저축은행은 대출금과 이자, 연체이자로 380억원을 회수했다.
건설사 대표의 분신기도사건은 정부가 주도하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 빚어진 비극이라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6월 결산을 바탕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를 넘는 경우 정부의 퇴출대상에서 제외돼 저축은행들이 연체대출을 무리하게 추심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모 저축은행 고위관계자는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체율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채권추심을 강하게 하지 않는 저축은행들이 없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S건설사 관계자는 "사장님이 저축은행장을 만나 11억원을 주면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이 6월 말 결산을 앞두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매절차를 서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S건설사는 1988년 설립됐으며 직원은 20여명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