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착륙한 우주 비행사가 눈 앞에 펼쳐진 기막힌 풍경을 봤다. 그는 인류와 놀라움을 나누기 위해 장비를 꺼내 들었다. 바로 스마트폰. 그는 지구에서 사진을 찍듯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지구로 전송한다. 어떻게? 우주 인터넷을 통해서다.
언뜻 들으면 공상 같지만 사실이다. 우주 인터넷의 첫 걸음을 9일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구글이 내딛었는데, 여기에 삼성전자와 애플도 동참한다.
8일 NASA와 구글에 따르면 9일 발사된 미국의 마지막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 삼성전자에서 만든 스마트폰 넥서스S와 애플의 아이폰4가 탑재됐다. 우주인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실험 및 우주 인터넷 전송 능력을 시험하게 된다.
넥서스S는 삼성전자가 구글의 두 번째 공식 스마트폰으로 만든 제품. 외부 제조업체가 만들지만 구글의 상표를 달고 나오는 제품이다. 그만큼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구글로부터 훨씬 더 엄격한 성능시험을 거치게 된다.
넥서스S는 ‘스피어스’라는 소형위성에 실려서 우주정거장 내부를 원격 측정하고 고화소 디지털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지구로 실시간 전송하는 실험을 한다. 아이폰4도 우주정거장에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등을 측정하는 실험, 그리고 스마트폰을 우주에서 사용할 때 전자파가 방출되는 정도 등을 측정하는 실험을 한다. 스피어스 위성팀장인 휠러는 “스마트폰과 연결되면서 스피어스가 더욱 지능적인 기기가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이번 우주실험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바로 우주 인터넷이다. 우주에서 실험한 각종 결과치를 바로 무선 인터넷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정거장에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접속장치나 이동통신 기지국이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우주에서 무선 인터넷이 될까. 그 비밀을 NASA와 구글이 쥐고 있다.
구글은 2005년부터 NASA내 제트추진연구소와 우주 인터넷을 연구했다. 우주 인터넷이란 지구와 화성, 화성과 달 등 행성과 행성을 오가며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는 초광대역 인터넷이다. 구글이 이를 ‘행성간 인터넷(Interplanetary Internet)’이라고 부르는데, 와이파이의 접속장치나 이동통신의 기지국 역할을 인공위성이 대신하는 것이다.
이 환상적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은 바로 ‘인터넷의 아버지’로 통하는 빈트 서프(사진) 구글 부회장이다. 서프 부회장은 1969년 펜타곤(미 국방부)이 추진했던 인터넷의 모태 ‘알파넷’을 개발했으며, 인터넷 전송에 필요한 신호규약인 TCP/IP를 설계한 IT분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2007년 방한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위성을 활용한 우주 인터넷이 본격화되면 태양계 탐사를 진행하는 우주선이나 행성탐사 차량과 인터넷으로 접속해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서 우주인터넷 구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우주 인터넷은 꼭 우주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우주 인터넷이 활성화하면 지구에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이른바 ‘음영지역’이 사라지게 된다. 서프 부회장은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지구의 자전 때문에 신호 간섭과 전파 방해 등이 발생해 원활하지 못하다”며 “우주 인터넷을 이용하면 이 같은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어 휴대폰으로 지구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내년에도 또 한차례 우주 인터넷을 시험할 계획. 미 카네기멜론대 우주연구팀과 함께 내년 말까지 달 표면에 로봇을 보내 인류 최초로 달을 밟았던 아폴로 11호의 역사적 착륙 흔적 등을 촬영, 우주 인터넷으로 전송하게 된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