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통신파워와 인수합병(M&A)의 귀재가 하이닉스반도체를 놓고 정면승부를 벌이게 됐다.
8일 마감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 접수결과, 예상대로 SK텔레콤과 STX만 신청서류를 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에 당한 사례를 워낙 많이 본 탓에, 꼼꼼한 실사, 합리적 가격'을 다짐하고 잇다. 절대로 무리한 '풀 베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양사 모두 '사업다각화'와 '시너지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통신서비스와 IT핵심부품'의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반도체는 휴대폰 등 모바일 단말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SK텔레콤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고, 실제로 2월엔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엠텍비전과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1등 지위에도 불구, 내수시장에서 각종 규제와 치열한 경쟁으로 이제 성장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K그룹으로 봐도 통신, 에너지 등 내수규제산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짜여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태다. 이 점에서 세계2위의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는 군침 도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강점으로 무엇보다 풍부한 자금동원력을 꼽는다.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별 어려움 없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 시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이 좋기 때문에 파이낸싱을 받을 때 가장 경제적"이라면서도 "실사를 통해 철저하게 가치를 검토해서 하이닉스 인수 여부부터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STX 역시 조선, 해운에 집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이번 기회에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X 측은 "그룹 매출 가운데 70%가 조선과 해운에 편중된 상황에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 마련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하이닉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TX의 강점은 무엇보다 인수ㆍ합병(M&A) 노하우다. 2002년 당시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출발, 2007년에는 세계최대 크루즈선 건조업체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하는 등 M&A를 통해 재계 12위로 성장했다. 일부에서는 자금 동원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회사 측은 현금성 자산을 3조원 가량 확보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신뢰관계를 맺어 온 중동 펀드와 컨소시엄을 맺고 현금 및 우량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리한 인수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양사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무리한 가격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어디까지나 의향서 단계이므로 실사 결과에 따라 포기하는 회사도 나올 수 있는 만큼 매각성사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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