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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사건 전날 자살 이병 유족들 "구타·성추행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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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사건 전날 자살 이병 유족들 "구타·성추행 당해"

입력
2011.07.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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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해병2사단 총격사건 전날 자살한 같은 사단 소속 A(23) 이병이 평소 고참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구타와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이병의 유족은 8일 "고참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는데도 해병대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고참들은 내무반에서 A이병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노래와 춤을 시키는가 하면 경계근무 때는 발가벗기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시신을 부검한 군의관은 "누군가 쇄골을 세게 쥐고 흔들거나 누른 것으로 보인다. 이건 엄청나게 큰 고통을 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유족은 또 "고참들이 체크카드와 공중전화 카드를 빼앗아 부대 PX에서 마음대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이병의 친구와 후배들도 "고참들로부터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망 전날 만났는데 '쇄골이 부러진 것 같다'며 무척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망 다음 날 진술서 작성 당시 해병대에서 '가정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해달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A이병은 휴가 중이던 3일 오전3시께 경기 안성시 집 근처 건물 벽에 허리띠를 걸고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해 해병대는 "진술서를 작성하는 친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A이병의 유서에도 부대 생활에 대한 불만은 없고 '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내용 뿐"이라고 반박했다. 해병대는 또 "유족들이 충격이 크다 보니 심하게 오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병대는 이날 중대장 이상 500여명의 지휘관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앞으로 병사들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간부를 위치시키도록 했다. '기수열외'와 같은 병사 상호간의 불합리한 지휘관계를 원천차단하기 위해서다.

해병대는 또 3회 이상 구타나 가혹행위자에 대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내려 병영에서 퇴출하고 구타 사실을 은폐하면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현장 지휘관들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민간 컨설팅업체에 조직진단을 맡겨 해병대의 치부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 당국은 이날 강화도 총격사건의 지휘계통에 있는 소초장 이모 중위와 상황부사관 한모 하사를 상관명령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평소 기수열외 등 가혹행위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고, 한 하사의 경우 사고 당일 총기보관함을 열어둔 채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최소 연대장선까지 총격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인 정모 이병도 이날 구속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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