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8일 여야 수장으로서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만났으나 정치 현안 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10년 넘게 한나라당 생활을 같이 한 두 사람은 1999년 각각 의원직 상실과 경기도지사 낙선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연수하면서 자주 만나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
홍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손 대표를 두 차례 와락 껴안은 뒤 "형님, 세월 많이 흘렀다"며 "내가 당 대표가 되었다니까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손 대표는 "큰 표차로 이겼고 그게 다 민심"이라고 축하했다. 손 대표는 또 "홍 대표는 서민의 아들"이라며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사람이 서민의 마음을 안다"고 덕담을 했다. 손 대표가 당헌상 대선 출마를 할 수 없는 홍 대표를 향해 "대통령선거에 안 나가느냐"고 농담을 하자 홍 대표는 "형님이 나가는데 내가 나갈 수 있느냐"고 화답했다.
하지만 홍 대표가 8월 국회 현안을 꺼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형ㆍ동생'에서 '여야 대표' 모드로 갑자기 바뀌었다. 홍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핵심 쟁점을 언급하며 "대표님께서 합리적이시니까 강행처리라든지 몸싸움이라든지 더 이상 국회가 그런 전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회 문제에서는 원내대표가 있다"며 "이념과 노선을 앞세우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
계파 문제로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홍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홍준표 계파는 딱 네 사람"이라고 말하자 손 대표는 "대표가 되었으니 네 사람을 다 버려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이에 홍 대표는 배석한 민주당 당직자들을 가리키며 "자기는 다 있으면서 나보고 그렇게 …"라고 응수했다. 손 대표가 "우리 당에는 그런 것 없다"고 화제를 돌리려 하자 홍 대표는 "왜 없느냐. 김부겸 의원도 사조직 담당하던데"라고 맞받았다. "김부겸 의원도 거물이다"는 손 대표의 언급에 홍 대표는 "(민주당 차기) 대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못마땅하다는 듯 "대표가 돼서 왔으면 대표스러운 얘기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변웅전 자유선진당 대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를 만나 보수대연합 등을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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