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로 전락한 기름 값 '100원 인하' 시한이 끝났다. 주유소들은 인상에 대비하여 이미 사재기 비축을 마쳤다. 운전자들도 시한직전, 기름통을 휘발유로 가득 채웠기에 당분간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마치 전쟁을 앞 둔 것처럼 긴박한 형국이다. 결국 운전자들의 비축량이 먼저 바닥이 날 게 뻔하지만,...
그 다음 상황전개는 예고되어 있다. 모든 책임과 원망이 정부에게로 쏠릴 것이다. 애초에 '유류세 인하'에 대한 획기적 조치 없이, 평소 자유 시장경제 운운하던 정부가 모든 기대를 저버리고 정유사를 압박하여 겨우 3개월짜리 '100원 인하' 이벤트로 국민을 달래려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100원짜리 저질 정책 때문에, 육상 스타트 신호총처럼, 주유소 가격인상의 출발선으로 변질되어 위험한 부메랑으로 돌아오려 한다.
본래 문제의 핵심은 높은 유류세에 있지 않은가? '유류세 인하'라는 정답을 내놓지 않고 마이동풍으로 일관한 정부는 사면초가 형국이다. 특히 정부에 대한 서민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모두가 정부의 반대편에 서 있다. 정유사, 주유소, 서민이 모두 정부 탓을 하고 나서고 있다. 정부의 무원고립 속에 유가대란은 이미 예고되고 있다. "재깍재깍"거리며 폭발 시간에 점점 접근해 가듯, 유류세라는 엄청난 세금폭약에 도화선이 되어 불을 댕기는 역할을 '기름 값 대혼란'이 담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팽배하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처럼 '맥거핀'으로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장마가 끝나고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소비자가 알량하게 채운 차량의 기름은 바닥 날 것이고 평창올림픽 언론도배도 지쳐갈 때쯤, 폭약이 터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폭발의 형태는 갑작스런 기름 값의 폭등이 될 수도 있고 서서히 조금씩 끊임없이 계속 오를 수도 있다. 실은 후자가 더 무섭다.
기름 값 시한폭탄이 터지면, 인플레이션을 가열시킬 수 있다. 끝없는 물가인상에 서민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다. 여기에 기름 값마저 오른다면, 모든 물류와 화물운송에 작용하여 거침없는 물가폭등이 이어질 것이다. 두 차례 지나간 오일쇼크가 다시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제 책임 공방전의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이 정부 들어 60~70년대 경제사고 방식으로 '물가잡기'를 내팽개치고 '성장'만 고집한 결과, 고환율 저금리로 급격히 우리 돈 가치만 떨어졌다. 지난 3년간 대기업의 수입은 늘어났다지만, 기름 값 인상을 비롯하여 자고나면 이것저것 할 것 없이 모두 오르는 물가 탓에, 서민의 주름은 깊어만 가고 가계 부채 1,000조 시대를 맞고 있다.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 채, 'MB물가지수' 따위의 어설픈 언어수사학을 늘어놓는다고 물가가 잡히지는 않는다고 본다. 이미 추레한 식당의 '밥 값'마저 대폭 올랐다. 위기의 전조곡일 수 있다.
휘발유 값 2,000원 마지노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물가폭등 시기에 이마저 무너지면 3,000원에 근접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딴청 부릴 시간이 없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게끔, 또 다시 잔꾀만 부린다면, 곤란하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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