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는 '근로자 은퇴교육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직원 은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은퇴준비 모델과 은퇴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번 세미나 발표내용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 세이코엡슨주식회사 노동조합에서 실시하고 있는 '라이프 서포트 활동'이었다. 조합원이 1만2,000명 정도인 이 회사 노조의 슬로건(목표)은 '라이프 업 유니온(Life up union)' 즉, 조합원 개개인이 충실한 인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서포터(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라이프'에는 생명, 생활, 인생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노조는 근로자의 각 라이프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생활에서 안정을 얻은 근로자가 일에 전념함으로써 회사 성장과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프 서포트활동'은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법으로 핵심은 인생 설계와 생활 설계로 구성된다. 인생 설계란 이상적 인생목표를 구상하는 것이고, 생활 설계는 인생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생활 설계에서 노조가 신경 쓰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은 재무설계다. 단, 재무설계 지원은 하되 돈이 인생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세이코엡슨 노조의 이런 활동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이 무렵부터 노조의 역할이 임금인상 투쟁과 노동환경 개선 투쟁을 위한 파업 중심에서 라이프 서포트 활동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만이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제대로된 재무교육을 통해 불필요한 가계지출을 줄이고 가계자산 운용의 효율을 높이는 것 또한 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서라고 한다.
이번 세미나에는 국내기업의 노조 간부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중에는 '우리도 조합원에 대한 노후설계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세미나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간부들도 있었다.
우리도 '근로자를 위한 노동조합이란 무엇인가', '인생 100세 시대의 근로자를 위한 노조활동은 어떻게 전개 되어야 하는 것일까' 라는 문제에 대해 재인식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강창희 미래에셋그룹 부회장·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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