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문화경영자 CCO/그랜트 맥크래켄 지음ㆍ유영만 옮김/김영사ㆍ288쪽ㆍ1만4,000원
#"애플은 항상 테크놀로지와 인문학(Liberal Arts) 사이에 존재해 왔다." 인간에 대한 고찰로 사용하기 쉬운 직관적 디자인을 선보여 온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자신감의 표현이자, 애플의 성공 비결이다. 애플은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 등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 업체들과의 모바일 경쟁에서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동안 긍정적인 경험을 쌓게 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더 큰 에너지와 열정을 품게 하는 일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에서 최고문화경영자(CCOㆍChief Culture Officer)라는 독특한 직책을 맡고 있는 스테이시 설리번은 자신의 업무를 이 같이 설명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당연히 품질과 조직관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부문의 경영혁신이 필수다. 하지만 현대 기업 경영의 중요 화두이자 기업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문화 읽기다. 어수룩한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똑똑한 소비자의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는 반드시 문화와 연결돼야 한다. 미래는 예측이 아닌 창조의 대상이며 보이지 않는 문화가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최고문화경영자 cco> 는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기업 최고문화경영자(CCOㆍChief Culture Officer)의 필요성과 역할을 강조한다. 저자 그랜트 맥크래켄은 문화와 소비 관계를 연구해 온 인류학자로 기업들이 문화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 수용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은 등한시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문화란 기업 외부에 폭넓게 존재하면서 소비자의 일상을 주도하는 사고방식과 정서, 활동 등을 뜻한다. 저자는 많은 기업이 아직 공식적으로 두고 있지 않은 직책인 CCO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과 같이 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기업 경영의 중요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 CCO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고문화경영자>
저자는 특히 나이키, 폭스바겐, 유니레버 등 몇몇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CCO론'의 논거로 제시한다. 예컨대 공식 CCO는 아니지만 유니레버 브랜드 도브의 글로벌 책임자 실비아 라그나도는 소비자 문화를 파악하는 폭넓은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로 날씬하고 젊은 금발의 백인 여성이 아름다움의 정의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평범한 여성이 출연하는 광고를 제작했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트위터 등 새로운 매체에 관심을 가지라는 식의 '좋은 CCO가 되기 위한 실천요령'과 최신 문화 트렌드 분석도 함께 실려 있어 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문화 현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하다. 다만 번역서의 태생적 한계로, 소개된 사례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만한 것들이어서 공감도가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