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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로드' 세상을 바꾼 인간의 길 그 운명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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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로드' 세상을 바꾼 인간의 길 그 운명의 현장을 가다

입력
2011.07.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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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테드 코노버 지음·박혜원 옮김/21세기북스 발행·1만9,800원

길은 야누스적이다. 로마제국의 번영을 일군 로마가도는 훗날 야만족들이 제국을 침공하는 통로가 돼 로마를 멸망시키는 길이 됐다. 약을 운반했던 길이 치명적 질병을 퍼뜨리는 길이 되기도 하고, 외부의 선진 문화를 전파시키는 길이 토착 문화를 말살시키는 길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인간은 왜 길을 만들었고 길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몸으로 찾아 나섰다. 그는 6개의 다른 테마를 지닌 길을 직접 달리고 걸으며 '길의 사회학'을 논한다.

이 책의 첫 길은 욕망의 길이다. 길 찾기는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서 시작한다. 집안 인테리어로 쓰인 마호가니의 유통 경로를 되짚어가는 여정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마호가니 원목 수입항을 지난 저자의 시선은 페루로 건너가 화물차를 얻어 타고 고속도로와 산길을 달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다. 길이 끊어지면 뗏목으로 강을 거슬러 올랐다. 그가 마침내 찾아간 마호가니 벌목 지역은 아마존의 최상류 지역으로 문명과 단절된 원시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원시의 공간에 현대의 황금이라는 마호가니를 찾아 벌목꾼들이 몰려들었고 원주민들에게 질병을 옮겨 부족 전체가 전멸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초래됐다. 저자는 환경 대 개발이라는 갈등에 직면한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도로가 지닌 욕망의 얼굴을 그려낸다.

2장에 선보이는 히말라야 자락의 차다르란 길도 이색적이다. 한겨울 얼어붙은 강 위로 걷는 길이다. 인도 라다크 지역의 잔스카르는 가파른 협곡에 갇힌 세상이다. 이 마을이 외부와 연결되는 것은 한겨울 협곡의 강이 얼어붙었을 때 잠깐 동안뿐이다. 그 얼음강 위를 걷는 이들은 십대들이다. 이제 마을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들이다.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잔스카르의 십대들은 가족과 헤어지고 고향을 떠나, 몇날 며칠을 힘든 고생을 하며 얼어붙은 강을 걸어 나가야 한다. 이 얼음강의 행렬을 따라가며 저자는 잔스카르 사람들의 자유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발견한다.

동아프리카에선 화물차 운전자들과 함께 달리며 즐비하게 서있는 매춘부들,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정치, 무법 상태에서 번지는 질병의 위험을 목격한다. 이스라엘의 서안 지역에선 봉쇄된 길과 증오의 길을 주목한다. 팔레스타인 통근자들이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하며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모욕과 이스라엘 군인들의 심리적인 고뇌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 중국에 속속 건설되는 고속도로를 따라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자동차 문화를 묘사하고, 혼돈 속에서 거대도시로 성장하려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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