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에서 스포츠 외교관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마침표'를 찍은 김연아(21)가 스포츠 외교관으로서의 가능성을 주목 받고 있어 화제다.
김연아는 6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평창 프레젠테이션때 모두 7분에 걸쳐 평창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김연아의 평창지지 호소 메시지도 큰 울림을 낳았지만 한 점 티를 찾아볼 수 없는 영어발음도 유명세를 탔다. 김연아의 원어민 수준에 가까운 영어실력에 평창유치위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 김연아가 스케이트화를 벗고 정장차림으로 스포츠 외교무대에 나선 것은 불과 2개월 남짓. 지난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을 통해서다. 당시 외신들은 김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취재경쟁을 펼쳤다. 김연아가 가는 곳뿐만 아니라 보는 곳까지 카메라가 따라 다닐 정도였다. IOC위원들도 "김연아가 평창 유치위에 합류함에 따라 평창은 큰 힘을 받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 IOC위원은 "선수출신 스포츠 스타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스포츠 외교무대에서 주연역할을 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새내기 스포츠 외교관 김연아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탁월한 '조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바로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로 인해 김연아가 순식간에 비트와 동급의 거물로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2018 동계올림픽유치전이 겉으론 평창과 뮌헨의 대결이었지만 속으론 김연아와 비트의 전쟁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변화다.
평창은 김연아로 인해, 김연아는 평창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김연아는 향후 자신의 움직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2014 소치동계올림픽때 선수로 나서기에는 무리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많은 빙상전문가들은 "피겨 세계선수권, 올림픽 챔피언을 지낸 김연아가 현 시점에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을 넘어, 흥행조짐이 살아나고 있는 국제빙상계에도 치명적인 악재"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김연아는 뉴스의 중심인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광배 전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사실상 김연아의 스포츠 외교무대 공식 데뷔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김연아의 IOC선수위원 입성이다. 문대성 IOC선수위원도 최근 "2016년 임기가 끝나면 선수위원을 그만둘 계획"이라고 밝히며 "후배를 발굴해 적극 추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OC선수위원은 은퇴 후 4년 이내에 입후보 할 수 있다. 자연스레 김연아의 입후보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한편 김연아는 8일 평창유치위 대표단과 함께 대한항공 특별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지만 그 동안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몸살이 나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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