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교육감' 6명이 따로 모여 교육문제의 사회적 대토론을 위해 민간독립기구를 구성하자는 공동성명을 냈을 때 우리는 무엇보다 보혁 간의 공허한 정치적 쟁론으로 교육현장이 또다시 들떠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그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한쪽에서 뜬금없는 정치적 이슈를 꺼내 들고 나팔을 불자, 다른 한쪽에선 그에 질세라 북과 장구를 치며 대응해 갈등 조장경쟁을 하는 형국이다. 안 회장이 꺼내 든 북과 장구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운동이다. 그는 "직선제 이후 교육감 이념에 따라 보수 대 진보간 대립구도가 생겨 그 폐해가 커지고 있다"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범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안 회장은 "포퓰리즘 교육정책을 추진한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안 회장으로서는 학생인권조례나 무상급식, 체벌금지 등 진보교육감들이 제기한 이슈들로 교단이 적지 않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역시 그런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진통이 빚어졌다고 해서 어렵사리 일궈낸 교육자치제를 부정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포퓰리즘 못지 않게 위험하다고 본다.
시ㆍ도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기 시작한 지 불과 4년이다. 1년 전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후 불거진 상당수 논란은 이념적 입장 외에, 중앙과 교육자치체 간의 권한과 책임 분장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해 빚어진 측면도 크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교육자치제를 부정할 게 아니라 이 제도가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긴밀한 제도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안 회장이 포퓰리즘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을 거론한 것도 마땅찮다. 낙선운동의 현행법 위반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온 자신의 입장과도 명백히 모순되는 행태이다. 학생들을 생각해 부디 자중하고 중심을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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