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사람 주인공 아닌 사람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하도봉 사무총장의 말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일등공신이 즐비한 판에 그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그는 실제 6일(현지시간) 오후 5시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마자 얼굴을 감췄다.
그 전까지 누구보다 앞장서서 평창을 이야기 했던 그다. 특히 개최지 투표 이틀을 앞두고 그는 "이기기 위해서 지구 반대편 남아공 더반까지 왔다. 지는 게임은 처음부터 안 했을 것이다"라며 평창의 승리를 확신했다. 앞서 평창의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주술처럼 되뇌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찌된일일까. 그는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됐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만일 평창이 또 실패했다면 나는 천하의 역적이 됐을 것이다"라며 웃어 넘겼다.
그는 이어 "사무총장이란 자리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유치위 사무총장 재직은 1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일천하다. 하지만 하 총장은 평창과는 두 번의 인연이 있었다. 2010 동계올림픽 유치땐 총리실 소속으로 파견근무를 나왔고, 2014땐 정부지원 반장으로서 유치위에서 근무했다. 그래서 그는 사무총장을 맡은 지 두 달여만에 조직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유치위가 정부와 강원도, 기업 등 많게는 7개 조직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래알처럼 구심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근으로 만든 채찍'을 휘두르며 조직 기강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가장 빠른 시간내에 평창 유치위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그는 올 해초 IOC실사단이 강릉빙상경기장에 들어설 때 2018명의 도민 합창단에게 '나에겐 꿈이 있어(I have a dream)'라는 노래를 부르게 한 점을 꼽았다. 그는 실사단장 구닐라 린드버그가 스웨덴인이란 점을 감안해 같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노래를 선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국민들로부터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유치위가 성공 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냐"며 "문제는 평창이 2018년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아니 세계인에게 다가갈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반(남아공)=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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