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당국은 4일 구조조정기금과 함께 금융안정기금이라는 새로운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투입한다는 내용의 '저축은행 경영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공적자금 투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전 발표를 뒤집은 것. 당연히 '저축은행 경영진의 탐욕이 만든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은 말 그대로 정부가 공적 목적으로 조성하는 자금이다. 따라서 최종 부담은 납세자인 국민에게 돌아가는데, 대부분 금융시스템 안정에 투입된다. 기업 연쇄도산이나 경기 악화에 따른 부실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망하는 게 시장원리에 맞지만, 정부가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 투입하는 게 공적자금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말 외환위기로 도산 위기에 몰린 주요 시중은행과 부실 금융기관에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64조원을 투입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64조원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증자와 부실채권 매입 등에 사용됐다.
공적자금은 이후에도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때마다 수시로 투입됐다. 99년 7월 재계서열 2위인 대우그룹 부도로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자 2000년부터 2차 공적자금 40조원이 투입됐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구조조정기금이 조성됐다. 이렇게 조성된 공적자금은 5월말 현재 누계 기준으로 173조1,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102조4,000억원은 회수됐다. 그러나 회수된 공적자금이 또다시 투입되는 상황이 반복된 만큼, 납세자의 실제 부담은 누계치보다는 훨씬 낮다.
공적자금은 금융기관 부실 책임을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항상 논란이 됐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올 6월까지 저축은행 업계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5조4,900억원에 달하는데도 저축은행 안정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감독당국이 또다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으나, 정부의 감독 실패와 금융기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국민 세금으로 감당하는 방식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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