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가 퇴직 후 10여년 동안 남몰래 제자들에게 억대의 장학금을 기부했던 사실이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알려졌다. 6일 고인이 된 최광수(72)씨. 1970년 충북 옥천 청산중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98년 2월 청주 상당고에서 명예퇴직, 28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정든 학교를 떠났지만 그의 제자사랑은 이 때부터 더 깊어졌다. 퇴직한 그 해부터 매년 1,000만원씩 2008년까지 11년 동안 1억 1,000만원을 마지막으로 재직했던 상당고에 기탁했다. 상당고는 그의 뜻에 따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 동안 혜택을 받은 학생이 120여명에 달한다.
어릴 적 화가를 꿈꿨던 최씨는 퇴직 후 그림 그리기에 매달렸다.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려 제자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림이 100여점 쌓여갈 즈음 파킨슨병이 덮쳐왔고, 이후로 장학금 기탁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부인 유덕희(65)씨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 남편은 제자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하며 사랑으로 가르쳤다"며 "남편은 투병 생활 때문에 제자들을 더 이상 돕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그를 '다정한 아버지'로 기억했다. 보은 보덕중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이범구(52ㆍ한밭대 겸임교수)씨는 "영어 담당인 선생님은 시골의 제자들을 위해 음악, 미술, 한문까지 폭넓게 가르쳐주시고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시는 속정 깊은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 최씨의 영결식은 제자 2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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