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광 소설가의 못 말리는 관전기
야구를 부탁해 / 오쿠다 히데오 지음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을 통해 한국독자들의 사랑은 한 몸에 받고 있는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 그는 못 말리는 야구광이다. 자칭 "월 생산량 400자 원고지 100매짜리 게으름뱅이 소설가"인 그가 베이징에서 2008년 무더운 여름을 보낸 것도 바로 야구 때문. 기고 청탁은 일단 거절부터 하고 보는 그이지만, 맛있는 중국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출판사의 꾐에 빠져 일본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야구경기 관전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승은 한국팀에 돌아가고 일본팀은 3,4위 결정전에서도 패했다. 실망과 분노로 작가는 선수들에게 소리친다. "어이, 자네들, 헤엄쳐서 돌아와, 알겠나!" 남쪽으로> 공중그네>
야구와 록 페스티벌,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소재로 한 유쾌한 중년 작가의 관전ㆍ체험기는 그간 소설의 화자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만 해왔던 작가 자신의 맨 얼굴을 살갑게 드러낸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너스레, 따스한 긍정의 시선이 소소한 이야기들을 감칠맛 나는 읽을거리로 만든다. 김난주 옮김ㆍ재인ㆍ256쪽ㆍ1만2,800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콤플렉스가 예수를 있게했다고?
예수의 콤플렉스 / 송상호 지음
현직 목사가 쓴 이 책은 제목부터가 불경스럽다. 내용도 '마굿간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콤플렉스 덩어리인 예수는 재주가 비상하긴 하지만 그것을 잘 조절하지 못해 주위에서 미움을 사는 천재 반항아였다, 원수를 사랑하라면서도 자신의 정적에게 독설을 퍼붓고 분노했다는 식이다. 신을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 놓는 데는 성경과 예수에 관한 책들이 고증자료로 인용됐다.
왜 하필 예수의 콤플렉스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콤플렉스와 손잡고 거닐게' 되길 바란다고 썼다. 저자는 예수가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을 노리는 줄 알면서도 굳이 율법을 어겨 가며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거나, 굳이 십자가 처형을 거부하지 않고 고난을 받아들인 것들 모두 '저항'과 '반항'의 방어기제를 거쳐 '승화'의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삼인ㆍ 307쪽ㆍ 1만4,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 제주의 숨겨진 역사 돌아보기
제주기행 / 주강현 지음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은 원주민들에게 고통의 유산이었다. 탐라시대에도 재배되던 감귤은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일이기에 착취의 대상이 됐다. 관리들이 열매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달 정도로 엄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하나라도 손상되면 엄한 처벌을 받았다. 이에 제주 원주민들은 '감귤나무는 통(痛)을 주는 나무'라 해 일부러 죽이기도 했다.
제주대 석좌교수이자 민속학자인 저자는 '타자적 시선'에 의해 제주를 표피적으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제주를 중심으로 하는 '탐라적 관점'으로 역사와 자연, 신화, 생태, 민속, 관광을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바람과 돌, 여자, 곶자왈, 귤, 신, 화산, 잠녀, 우영팟, 삼촌 등 15개의 DNA 분석을 통해 제주의 원형질을 이해하고자 했다. 흔히 생각하는 노란 유채꽃밭이나 야자수 나무가 그럴 듯한 리조트와 호텔 등의 제주가 아니라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제주 생활 속에 숨겨진 역사, 문화적 유산들을 찾아냈다. 웅진지식하우스ㆍ456쪽ㆍ1만9,800원
김현우 기자 hyunwoo7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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