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일요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도청 파문이 전격 폐간 결정에 이어 경찰에 돈을 주고 수사정보를 산 불법 거래 사건으로 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참모였던 이 신문의 전 편집장은 8일(이하 현지시간) 전격 체포됐다.
8일 런던경시청은 캐머런 총리의 공보책임자를 지낸 앤디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경찰관 매수 및 도청 혐의로 체포했다. 경시청은 앞서 6일 뉴스오브더월드와 경찰관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쿨슨이 경찰로부터 비밀정보를 받는 대가로 금품 제공을 승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불법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독립기구인 경찰불만처리위원회(IPCC)가 별도로 조사중이다.
자신의 전직 참모가 체포될 정도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캐머런 총리는 기자회견을 자청, "언론 자율규제가 실패했기 때문에 신문을 규제할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도청 사건을 전면 수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쿨슨을 발탁한 것을 사과하지는 않았다.
경찰관이 기자에게 정보 제공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의혹은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뉴스오브더월드 모기업인 뉴스인터내셔널의 레베카 브룩스 사장은 2003년 더선 편집장 시절 하원에 나와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가 얼버무린 적이 있다.
뉴스오브더월드를 소유한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역시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최근 극심한 비난을 산 계기가 뉴스오브더월드가 2002년 납치살해된 13세 소녀의 음성메시지까지 도청했다는 점인데, 머독이 당시 편집장이었던 브룩스를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 브룩스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신문을 폐간시켜 버린 것. 이를 두고 인디펜던트는 "한 여자를 살리려 신문을 희생했다"고 표현했다.
2009년부터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론지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닉 데이비스 기자 등은 다른 언론사의 무관심과 수사기관의 무대응에도 불구하고 관련기사를 계속 쏟아내며 결국 경찰 수사를 이끌어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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