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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디자인] 여성들이여, 자신을 위한 펀드매니저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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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후디자인] 여성들이여, 자신을 위한 펀드매니저가 돼라

입력
2011.07.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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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독자들에게 '디드로 효과'라는 말은 생소할 것이다. 프랑스 학자 디드로가 자신이 선물 받은 붉은 색 겉옷 때문에 이 옷에 어울리도록 책상을 바꾸고, 그 다음에는 벽걸이, 의자, 선반 등 모든 가구와 인테리어를 바꿨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여성들의 자산관리를 가로막는 방해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쇼핑의 '디드로 효과'다. 핸드백 하나에서 시작해 여기에 어울리는 구두와 옷들을 사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소비로 이어진다. 쇼핑은 돈뿐 아니라 시간 소모도 많다. 인터넷ㆍ오프라인 매장 여기저기를 비교하며 저렴하게 살 방법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써버리기 쉽다. 이 비용을 줄여 월 10만원 정도의 금액을 30년간 투자한다면 얼마가 될까. 연 수익률을 안정되게 6%로 잡아도 무려 1억원이나 된다. 물론 급여가 상승하면 10만원 이상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장품이나 옷 구입을 줄여 10만원만 절약한다는 마음으로 일찍 저축을 시작하면 그 열매는 결코 적지 않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적으로 자산관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9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매년 1% 정도의 투자 수익을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남성(63%)보다 여성(47%)이 낮기 때문이다. 여성은 또 수익률이 좋을 때 더 현명하게 투자처를 바꾼다. 남성의 경우 43%가 처분해야 할 자산을 너무 오래 갖고 있지만 여성은 28%만 그렇다. '묻지마 투자' 비율도 여성은 13%에 불과한 데 비해 남성은 24%나 된다.

요컨대 여성의 투자 성과가 좋은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거래를 적게 하고 위험이 낮은 자산구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률도 정기예금보다 지나치게 높지 않게 현실적으로 책정한다. 또 여성은 자기를 과신하는 경향이나 투자 성과를 남에게 자랑하고픈 심리도 남성보다 약하다고 한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현명한 투자 기질을 가진 여성들이 이를 적절히 발휘해 행복한 노후를 맞으려면 기억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남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운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그 결과에 대한 믿음도 깊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자기가 결정하고 그 결과의 책임도 직접 질 수 있어야 한다. 투자 결정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내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배짱이 투자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TV나 인터넷 등에 나오는 얘기를 맹신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요즘 투자자들은 수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정보의 가짓수가 많아진다고 판단의 정확성이 향상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중한 여성들마저 과신에 빠질 수 있다. 때문에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어느 정도 차단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나는 나의 자산관리 전문가'라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자산을 소신 있게 운용하는 방식이다.

둘째, 여성이 직접 자신의 명의로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4%로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상용 근로자의 비중(34.5%)도 남성(47.9%)보다 낮다. 반면 기대수명이 77.0세인 남성보다 여성(83.8세)이 6.8년이나 더 오래 산다. 일할 기회는 적지만 수명은 더 긴 셈이다. 이런 불리한 여건 아래 놓여 있는 여성들은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여성의 상당수는 일생 중 언젠가 자신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할 시기를 맞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여성들이 이런 상황에 무방비 상태다. 나의 노후 자금 마련을 그 어떤 것보다 우선 순위에 두고, 노후 자금 운용을 위한 전략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녀 교육비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 노후 자금 마련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교육비다. 맞벌이 가구의 소비 지출 구성비를 보면 교육비가 15%를 차지해 가장 높다. 자녀의 교육비를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노후에 본인 스스로를 위한 충분한 돈이 없다면 결국 자녀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된다는 사실이다.

쇼핑의 유혹을 조금만 떨칠 수만 있다면 자산관리 측면에서 여성은 대체로 현명하다. 여성이여, 자신감과 독립심을 갖자.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맞기 위해 나를 위한 나만의 멋진 펀드매니저가 돼 보자.

조윤수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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